[北語사전] '줴기밥·여라문'…김정일 떠올리는 '추모의 12월'

'줴기밥' 먹던 김정일 회상하며 경탄 '터치다'?
'여라문' 다음은 '스무나문'…북한의 낯선 수사

편집자주 ...'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이달 들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연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이달 북한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기일(지난 17일)을 맞아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연일 이어지는 추모 분위기 속 북한이 어떤 단어로 김정일 위원장을 기억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쪽잠마저 잊으시고 줴기밥을 드시면서 폭우도 생눈길도 기꺼이 헤쳐 야전차를 달리시던 우리 장군님."

북한은 과거 현지지도를 나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쪽잠'과 '줴기밥' 등의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그 중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지도 중 즐겨 먹었다는 줴기밥은 어떤 밥일까.

줴기밥은 주먹밥을 뜻하는 북한말이다. 조선말대사전은 줴기밥을 두고 '속에 반찬을 넣거나 그냥 만들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게 줴기를 지은 밥 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줴기'란 밥과 반죽 등을 작고 둥글둥글하게 주물러서 뭉쳐놓은 덩이를 말한다고 한다. 손에 '쥐기' 좋아 줴기밥일 줄 알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엔 김으로 싼 줴기밥도 있다고 하니 그 맛과 모양이 궁금해진다.

"학생이 여라문 명이 아니라 한두 명이라도 수정천에 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지난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돌다리를 건너 힘겹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리를 건설해 준 김정일 위원장의 일화를 전했다. 그중 '여라문'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여라문은 우리말 중 '여남은'과 같은 말이다. 두 단어 모두 '열 남짓한 수'를 가리킬 때 쓴다.

북한엔 여라문을 비롯해 '스무나문(20)'·'서르나문(30)' 등의 수사(數詞)가 10단위씩 끊어져 '아흐나문(90)'까지 존재한다. '나문'을 남짓으로 읽으면 그 뜻을 유추하기 쉽다. 여라문의 어원도 '열나문'이지만 유음화로 인해 발음이 바뀌며 표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전에도 스물이 조금 넘었다는 뜻의 '스무남은'이란 단어가 존재한다. 다만 북한처럼 10단위씩으로 된 모든 수사가 있진 않으며, 예순이 조금 넘었다는 뜻의 '예수남은'이란 단어는 사전에 별도로 등재돼 있다.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이건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며 끝없는 마음속 경탄을 터치는 것 아니랴."

지난 1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금수산궁전을 보고 감동한 마음을 '터치다'로 표현한 것이다.

'터치다'는 우리말 중 '터뜨리다'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우리가 보통 '웃음을 터뜨다' 혹은 '울분을 터뜨리다'라고 하는 것을 북한에선 터치다로 표현한다.

조선말대사전엔 터치다의 뜻이 7가지나 실려 있다. 그중 '쌓였던 감정이 갑자기 터지게 하다'라는 뜻이 문장 속 터치다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듯해 소개해 본다.

■ 줴기밥 [명사]

= '주먹밥'의 북한어. 속에 반찬감을 넣거나 그냥 만들어 손에 들고 먹을 수 있게 줴기를 지은 밥 덩이.

■ 줴기 [명사]

= (데친 나물이나 반죽한 가루, 밥 등을) 조그마하고 둥글둥글하게 주물러서 뭉쳐놓은 덩이.

■ 여라문 [수사]

= '여남은'의 북한어. 열 남짓한 수.

■ 터치다 [동사]

= '터지다'의 북한말. 쌓였던 감정이 갑자기 터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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