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폭발 사고 혐의 부인한 北, 中 당기고 美 기다린다
'자작극' 주장 뒤 추가 대남 공세 자제…외교·내치 챙기기?
6일 북중 수교 77주년·10일 당 창건일 넘기고 11월 APEC 대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한 뒤 이틀째 추가적인 대남 공세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과의 공방을 확대하기보다는 이른바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이어가며 물리적 단절을 굳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곧 다가올 중국과의 수교 기념일을 의미 있게 챙기고, 당 창건일을 계기로 내부 결속에 집중하면서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2일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지뢰 폭발 사고가 한국의 '자작극'이라고 비난하며 책임을 부인한 이후엔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이나 '조치'를 이어가진 않고 있다. 대신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의 요새화 작업은 지속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소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김 부장이 담화에서 동부전선 21사단 방향으로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특이 동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담화에서 MDL을 넘은 북한군에 경고사격을 한 21사단이 자신들의 '정당한 활동'에 위협을 가했다며 우리 측이 북한군을 향해 실사격을 할 경우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에 나서겠다"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동향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이번 사안에 '로키'(low-key)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국정원은 군부가 아닌 '대외총괄' 김 부장이 담화를 냈다는 점, 북한이 '즉각적 보복 조치'보다는 이번 사안과 자신들의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데 집중했다는 것을 '로키 대응'의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북한은 곧 대내외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대내외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이 역시 북한의 관심이 한국과의 공방에 있지 않다는 분석의 근거가 된다.
당장 오는 6일은 북중 수교 77주년 기념일이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북중 관계가 복원된 상황에서 맞는 수교 기념일을 양국 모두 의미 있게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완공 이후 10년 넘게 정식 개통이 미뤄진 신압록강대교(신의주-단둥을 연결)가 북중 수교 기념일에 맞춰 정식 개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어 10일은 북한의 '최대 정치적 명절' 중 하나인 노동당 창건 81주년 기념일이다. 올해 2월 5년 만에 9차 노동당 대회를 치른 북한은 최근 올해 각 분야별 계획 완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노동신문 및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선전전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당 창건일도 이러한 방식으로 내부 결속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큰 변수'를 만들려 하지 않는 이유로 11월 APEC을 전후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를 들기도 한다.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하는 북한과 미국의 카드가 당장은 맞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1년 9개월가량 꾸준한 대북 제스처를 취해 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지원군'으로 둔 북한이 다음 외교 상대로 미국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다.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을 더 고립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짓에 호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동북아에서 더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한국과의 책임 공방보다 외교와 내치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실익'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최고지도자의 지시인 국경 요새화에 집중해 이 사업의 '빠른 결속'을 추진한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요새화 공사 인력에 대한 실사격 가능성과 공사 중단 위험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김 부장이 보복 조건을 '실사격과 탄착'으로 명확히 한 것도 그 이하 수준에서는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자칫 사고를 둘러싼 공방이 길어지고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는 물론 우발적 남북 교전에 따른 요새화 사업 중단이 북한이 더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2024년 4월쯤부터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전 MDL에 걸쳐 이행 중이다. 우리 군은 이 작업이 오는 2028년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