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한미 연합연습 축소에 조롱·막말…"리재명, 이중적 언행"(종합)

"트럼프 말 한마디에 몸통 잘린 반쪽 연습"…한미동맹엔 "주종관계"
전날엔 美 향해 "훈련 축소 의미 없어"…이틀 연속 UFS 관련 담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조선중앙TV 갈무리). 2022.8.11 ⓒ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연합연습 '을지 프리덤 실드'(UFS)가 축소된 것을 두고 한국이 미국에 종속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조롱과 막말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이라고 직접 비난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UFS 축소 조치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며 미국을 겨냥한 데 이어 하루 만에 다시 담화를 내고 이번에는 한국과 한미동맹으로 비난의 초점을 옮긴 것이다.

북한의 대외 총괄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20일 '그리도 즐겨하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된 서울의 가긍한 처지'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돌연 훈련 축소를 지시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서울은 제일 즐겨하던 '전쟁놀이'판을 거두어야 하는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이번 UFS를 "시작되자마자 창졸간에 몸통이 잘린 반쪽짜리 연습, 노른자위가 빠진 빈껍데기 연습"이라고 표현하며 "사상 처음 있는 '변고'일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미 통수권자의 일방적인 지령에 따라 쌍방 간 조율도 없이 미군이 꼬리를 사려도 항변 한마디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지휘권을 상전에게 맡긴 허수아비 군대의 숙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일 하고 싶던 '전쟁놀이'를 못하게 돼 시르죽은 꼴이 된 한국의 처지는 그들이 자랑하던 '미한 혈맹'의 주종관계 구도를 선명히 그려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김 부장은 "앞에서는 트럼프의 '연습 축소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느니, '고심이 담긴 큰 결정'이라느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로 아첨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자주국방'과 '독자적인 군사력 확보'를 운운한 리재명의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은 한국의 불안 초조한 모순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안보지원이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것은 세계가 목격하고 있는 눈앞의 현실"이라며 "무정한 상전의 환심을 사자면 아마 땅덩어리를 다 섬겨 바쳐도 모자랄 것"이라고 막말을 이어갔다.

김 부장은 "차라리 이 기회에 철두철미 예속적인 자기의 처지나 제대로 학습하고 생존의 답을 찾는 것이 어떻겠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올 데 갈 데 없는 '괴뢰'의 숙명적 처지를 이제는 스스로 알 때도 됐다"고 했다.

김 부장이 UFS 축소를 문제 삼아 담화를 낸 것은 이틀 연속이다. 다만 전날에는 미국의 조치를 대북 유화책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면 이날은 같은 사안을 한미동맹의 '종속성'을 부각하는 소재로 활용하며 한국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김 부장은 전날인 19일 밤늦게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UFS 축소 지시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북한은 올해 한미가 진행한 '쌍매 훈련'과 '프리덤 실드'(FS) 연습 등을 열거하며 개별 훈련의 축소보다 한미 연합연습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UFS 축소를 '선의의 조치'로 내세우더라도 북한의 호응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김 부장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사실상 부인했다. 다만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두 정상의 관계가 여전히 "훌륭하다"고 언급해 정상 간 대화 가능성까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이틀 연속 UFS 축소에 반응하면서도 첫날에는 미국의 조치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이튿날에는 한국의 대미 의존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과 남북관계를 분리해 대응하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개인적 관계에는 여지를 남긴 반면 한국에는 '괴뢰', '허수아비 군대'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북미 간 직접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한국의 중재자 또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