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이후 빗장 풀린 단둥[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 간 "실질 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와 인적 왕래의 확대를 강조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요령성 단둥시에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지난 6월 30일부터 2박 3일 동안 북중 무역업자들과 함께 북중 접경지를 둘러본 결과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8개월여 만에 다시 찾은 단둥 시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단둥해관(세관) 앞에 길게 늘어선 트럭의 행렬이다. 북한으로 가는 트럭들이다. 몇 시간 후 이 트럭들은 3시간여에 걸쳐 중조우의교(조중친선교)를 지나 신의주로 넘어갔다. 단둥해관부터 압록강다리를 지나 신의주세관까지 늘어선 트럭의 행렬은 장관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완만하게 늘기 시작한 북중 간 교역량이 올해 4월 왕이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크게 늘었어요. 코로나19 사태 이전 북중무역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하루에 300대 이상의 트럭이 넘어가곤 했는데, 이제 그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동행한 무역업자의 전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북중 교역 규모는 약 3억 2600만 달러로 (한화 약 4988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북중무역에 관여하는 단둥 무역업자들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물자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귀띔해 줬다. 북한이 현재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 건설사업에 필요한 자재와 의료기, 약품 등이 많이 수출된다고 한다.
압록강철교 주변의 상점들에서는 북한에서 수입된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동강맥주 외에도 룡성맥주, 봉학맥주, 평양맥주 등을 비롯해 다양한 주류(酒類)와 식료품이 판매된다.
다음 날 오전 단둥을 떠나 평양 서포역으로 가는 화물열차와 서포역에서 단둥으로 나오는 화물열차가 목격됐다. 오전 11시쯤에는 단둥을 떠난 평양으로 가는 국제여객열차가 압록강철교를 통과했다. 국제열차는 베이징-평양은 주 4회, 단둥-평양은 매일 운행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관련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7월 1일 신압록강대교 너머 북한지역에서는 세관과 물류창고 등을 건설하는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리 위로 버스 1대가 지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현재 공사 상황을 고려할 때 10월이 돼야 북한 측의 준비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둥의 무역업자는 "몇 년 전부터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북측 세관건물의 도색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북한 지역의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개통식 일정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러가 두만강에 새로 건설 중인 교량의 완공 시점도 변수일 것"이라며 "북러 사이에 '두만강 자동차 전용다리' 개통식이 열린 후에 신압록강대교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개통이 10년 넘게 지연됐다.
단둥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한국 사람보다 북한 사람이 더 많이 거주하는 도시다. 현재 단둥에 나와 일하는 북한 인력은 6~7만 명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신규 인력이 유입되기 시작해 꾸준히 늘고 있다.
동행한 무역업자는 "러시아 연해주에 나갔던 인력의 일부도 노동조건이 더 좋은 단둥으로 나오고 있다"며 "가공업체에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이 2000~2500위안(한화 약 45~56만 원) 정도이던 임금도 최근 3500~3800위안(한화 약 79~85만 원)으로 올랐다"라고 말했다.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단둥의 업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단둥에서 만난 무역업자들은 한결같이 "왕이 외교부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대북제재의 빗장이 풀린 것은 분명하다"라며 "북한이 전면적 사회주의 발전을 표방하며 지방건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북중 경제 교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은 경제수치로 체감되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여전히 대북제재가 공식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복잡한 통관절차와 높은 물류비 등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빈번하게 무역 대표들이 나와 여러 사업 방안을 협의하고, 중국의 기업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은 '협의 단계'이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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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