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 속 여전한 北 응원…'우승 세레머니'에 기립박수
'오~필승 코리아'·'대~한민국' 개사해 '내고향' 응원
北팀 퇴장하며 짧게 관중석 향해 손흔들기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그늘 한 점 없는 수원종합운동장 관중석에 앉은 공동응원단이 내리쬐는 햇볕만큼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23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 경기에서 '남북공동응원단'은 지난 20일 준결승전에 이어 이날도 열렬히 응원전을 이어갔다.
수원FC와의 준결승 경기에서는 장대비를 맞았지만 이날 응원단들은 온몸으로 더위를 견뎠다. 공동응원단에는 '우리 선수 힘내라'라고 적힌 응원 수건과 벌룬 스틱, 간이 종이 모자, 생수, 그리고 간식이 담긴 응원팩이 배포됐다.
'응원 에티켓' 종이에는 상대 팀과 선수에 대한 비난·조롱·야유 자제, 특정 국가를 비하하거나 여사 문제를 언급하는 응원은 금지하기도 했다. 이날 전광판 기준 관중은 2670명, 공동응원단은 1500여명이 온 것으로 집계됐다.
혼자 서울에서 축구를 보기 위해 수원에 왔다는 탈북민 이모씨는 "저번에는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티켓을 미리 구하지 못해서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날은 2시간 전에 왔더니 티켓이 있어서 들어올 수 있었다"며 "평소에 축구를 잘 보지 않는데 북한팀이 왔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탈북민 웹툰 작가 전주옥 씨(31)는 이날을 위해 직접 흰색 반팔티를 커스텀해오기도 했다. 전 씨는 "준결승전에서는 수원FC를 응원했지만 이제 결승전에 온 만큼 일본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들과 같이 관람 온 맹성근 씨(56)는 "내 고향 선수단이 이겨서 한 민족의 저력을 보여준 것 같다"며 "오늘은 준결승 때보다 날씨가 훨씬 좋아서 더 응원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전국에서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온 관중들이 많았다. 충북 진천에서 왔다는 임명선 씨(54)는 "우리 세대는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큰 것 같다"며 "남이든 북이든 응원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왔다는 이혜경 씨(61)는 "북한에서 잘하는 팀이 왔다고 해서 보러왔다"며 "(남북 간) 여러 가지 접촉이 갑자기 늘어날 수는 없겠지만 다들 다치지 않고 경기하고 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체감 기온 30도를 넘는 날씨에 일부 관중들은 경기장 안쪽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거나 입구에서 판매하는 물과 맥주를 찾아 나섰다. 가족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땀을 식히던 구 모 씨(49)는 "사실 오랫동안 냉전이었는데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서 7살 딸아이 경험차 오기도 했다"며 "아이가 축구는 잘 모르지만, 북한이 우리나라 사람인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팀은 경기 전반 44분에 나온 김경영의 결승 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이때 응원단에서는 순간 모두 기립해 "김경영 잘한다", "내 고향 이기자"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마지막 '내 고향'팀이 인공기를 들고 경기장 한 바퀴를 돌며 세레머니를 하자 응원단에서는 깃발을 흔들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오~필승 코리아"를 개사해 "내~고향 파이팅"을 외치기도 하고, "대~한민국"과 "내~고향 팀"을 번갈아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다. 시상식이 종료된 이후에는 "경기장 한 바퀴만 더 돌아달라"며 아쉬운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퇴장하는 북한 선수들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퇴장하는 선수들에게 끝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공동응원단 쪽을 향해 그들도 손을 흔들며 짧게 호응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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