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불발된 북미 회동…다음 기회는 11월 중국 선전 APEC?
작년 韓 떠나며 '다음 기회' 기약한 트럼프…이번엔 北 언급 자제
중동 전쟁·美 중간선거 마무리되면…대북 대화 '시동' 걸지 주목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찾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깜짝 회동'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 정상 모두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는 11월 말 중국 선전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다음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15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대면하며 양국 간 '안정적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경제·무역 협상부터 중동 전쟁과 한반도 사안 등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이번 '빅이벤트'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주시했던 북미 정상 간의 대화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김 총비서를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두 사람의 전격적인 만남이 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김 총비서를 향해 '만나자'는 러브콜을 기회가 될 때마다 보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북한 측의 반응이 없자 그는 "(당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기였던) 내년 4월에 돌아오겠다"고 말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방중을 전후로는 북한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을 향해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한 정도가 전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매우 조용하다"라며 내심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최근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 직후 각각 내놓은 발표문에서도 한반도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은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등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고, 백악관 보도자료에 북한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북한이 올해 2월 노동당 9차 대회에서 핵보유국 기조를 한층 강화하면서 북미 협상의 접점을 찾기 더욱 어려워진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내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김 총비서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양측 간 접촉은 언제든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전용기에서 취재진이 김 총비서와의 소통 여부를 묻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소통 방식과 시점, 내용 등을 묻는 말에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에 대해서는 더 말해줄 게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와 분명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는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존중해 왔고, 나도 그가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시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질 경우, 북미 접촉의 다음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정세가 지금보다 안정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그간 추구해 온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위해 양측 간 일정과 의제 조율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추진 동력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나설 뚜렷한 유인이 부족한 만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0월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북 메시지 발신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란 전쟁 해법도 마땅치 않고, 미국 내 정치 상황 역시 복잡해 김정은과의 대화를 추진할 여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이런 현안들이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다시 북한을 향해 손짓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시점보다도 미국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지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월 당 대회에서도 재확인된 만큼, 미국이 파격적이고도 확실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올해 하반기 북미 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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