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인권최고대표 11년 만에 방한했는데…외교·통일 '깜깜이' 면담

유엔 고위급 인사 만남 이례적 비공개…'北 눈치 보기' 비판 제기

볼커 튀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 2024.02.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외교·통일부 장관의 면담이 13일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대북 유화책을 구사하는 정부가 인권 문제를 '평화 공존'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또 제기되는 대목이다.

외교부·통일부 등에 따르면 튀르크 최고대표는 이날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데 이 만남은 모두 비공개로, 언론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외교·통일부 장관이 유엔의 고위직 인사를 비공개로 만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지난 2022년 유엔 인권최고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 국제사회가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법률가인 튀르크 최고대표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국제 보호국 이사와 조직 개발 및 관리이사, 법률 자문 부문장 등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고등판무관보를 지내는 등 국제 인권 업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유엔의 고위급 인사다.

이같은 인사와의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튀르크 최고대표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 온 것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전날인 12일 북한에 장기 억류된 선교사와 국군포로 가족들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북한을 자극해 '평화 공존' 정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임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적극적인 대북 접촉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북한 선수단의 방남을 통해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 주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합에 응원을 가겠다는 통일 및 대북교류협력 관련 민간단체들에게 약 3억 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북교류협력기금법에 따르면 정부는 '민족의 신뢰와 민족공동체 회복에 이바지하는 남북교류·협력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지원 및 남북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데, 이번 지원 역시 '상호 이해 증진'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3억 원은 응원에 나설 민간단체들의 입장권과 응원도구 구입 등에 쓰일 것이며, 20일 4강전에서 북한팀이 승리할 경우 23일에 역시 수원에서 열리는 결승전 응원까지 염두에 둔 액수라고 한다.

이러한 통일부의 지원은 남북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해 합법적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문제는 없다. 다만 통일부는 지원 대상 단체나 물품 구입 집행 계획 등을 설명하진 않고 있다.

아울러 '상호 이해 증진' 즉, 경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협력기금 집행과 반대로 이번 경기에 대한 언론 취재는 인원 등이 제한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정부의 대북 기조가 정책적 유인보다는 북한에 대한 '감정적 접근'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들은 일단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된 상황에서 긴장 완화와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감정적 접근도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유엔의 고위급 인사의 방한까지 '깜깜이'로 대응할 정도로 국제적 관례에 어긋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은 유효해 보인다.

한편 튀르크 최고대표는 이날 오후 방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