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탄두 장착한 北 '화성-11라', 핵-재래식 병진 노선 상징"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분석
"미사일총국 아닌 전방 군단 고유화력으로 편입 신호"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집속탄두를 붙여 지난 20일 시험발사한 '화성(포)-11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북한이 대남 공격을 담당하는 전방군단의 무력을 강화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핵무기·재래식 무기' 동시 개발이라는 '병진 노선'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24일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화성-11라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시험이 가진 전술적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지난 시험발사에서 나타난 이 미사일의 타격권인 '136㎞'가 공간적으로 어느 정도의 범위를 포함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북한은 지난 시험발사 때 전방 군단인 1, 2, 4, 5군단의 군단장을 모두 참관시켰는데, 이는 이 미사일이 전방군단에 의해 운용되는 대남용 무기임을 시사하기 것으로 사거리에 대한 판단은 우리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볼 수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서부전선(개성·해주) 축선을 담당하는 4군단으로부터 136㎞ 사거리 안에 서울 수도권 전역이 포함된다. 특히 주한미군의 본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약 100~110㎞), 오산 공군기지(약 90㎞), 송탄·안중과 천안·아산 일대도 모두 포함된다.
중부전선(철원·평강)을 담당하는 2군단에서 화성-11라를 발사하면, 수도권 전역에 더해 수원·이천·여주 일대와 경기 남부 주요 산업벨트가 사거리 안에 들어온다. 중동부·동부전선을 맡고 있는 1·5군단의 경우 춘천·홍천·원주·강릉·양양이 사거리 내이며, 원주 제1군단 사령부급 지휘시설도 포함된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타격권이 북한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거리 40~400여㎞의 방사포(240·300·600㎜)와 사거리 400~600여㎞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1가'·'화성-11나'·'화성-11다' 사이의 공백을 보완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화성-11라' 시험발사로 북한이 4년에 걸쳐 진행해 온 전방 군단용 전술탄도미사일 체계의 실전화 단계를 보여준다고도 짚었다. '화성-11라'는 △최초 공개(2022년 4월 16일) △편제 노출(2022년 4월 25일) △운용부대 및 전술핵 탑재 대상 지정(2023년 3월) △유도정밀화(2024년 5월) △실전배치 및 대량공개(2024년 8월) △탄두 다종화(2026년 4월) 등의 단계를 거쳐 개발·배치가 일단락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또 이번 시험발사에 북한의 전방 1·2·4·5군단장 전원이 참관한 점은 '화성-11라'가 전략군이나 미사일총국의 자산이 아니라 군단 고유화력으로 편입되었다는 제도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정밀 유도탄도미사일이 전방 군단의 자산으로 개편되면서 기존과 달리 군단장의 지휘 아래 탄도탄 사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화성-11라'는 전술핵과 재래식 탄두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핵무기·재래식 무기'의 동시 개발이라는 병진 정책을 상징하는 무기라고도 봤다.
북한은 지난 2023년 3월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병기화 사업'을 지도한 현장에서 '화산-31'이라는 핵탄두 혹은 핵카트리지를 처음 공개했다. 또 '화산-31'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이 정리된 안내판도 포착이 됐는데, '화성-11라'도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최근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화성-11라'에 재래식 탄두인 집속탄과 파편지뢰 탄두를 장착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화성-11라'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범용 미사일로 기능하게 된다.
아울러 최근 보도에서 북한은 '고정밀 타격'과 '고밀도 진압타격'이라는 두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는 한미의 방어교리와의 비대칭을 부각하기 위한 설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고정밀 타격'은 점(點) 표적 개념으로 지휘소·레이더·격납고 등을 정확히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고밀도 진압타격'은 면(面) 표적 개념으로 기동과 방어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은 '점' 표적의 정밀요격을 방어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북한이 한 발의 탄두로 넓은 면적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집속탄두 등으로 '면' 제압 능력을 강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는 요격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어떤 미사일에 어떤 탄두가 장착됐는지까지는 미사일이 발사된 이후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로 단일 미사일체계 내에서 탄두 선택만으로 '파괴-봉쇄-정밀타격'의 전 사이클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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