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들고 덤비는 적보다 반동사상이 더 위험"…여전한 北의 고민
北 강원도 검찰소장, 작년 '근로자' 10월호에 '외부 문물 유입' 경계심
李정부 출범 후 대북 방송 등 멈췄지만…北에도 '접경지 불안감' 여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외부 정보 유입과 이로 인한 체제 결속력 약화는 북한 체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북한은 최근 '국가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선전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동사상' 차단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2일 뉴스1이 입수한 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근로자' 2025년 제10호(10월 발간)에는 고현성 강원도 검찰소장의 기고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을 단호히 짓부숴버려야 한다'가 실렸다.
'근로자'는 1946년에 창간된 정치이론잡지로, 주로 노동당의 고위 간부 및 사상이론가들이 집필해 전국의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정책 기조를 교육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전 인민들에게 일관된 국가 정책을 선전하고 사상이론을 전파한다. 그 때문에 '근로자'에 실리는 기고자와 글의 내용은 북한 당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고현성 소장은 "적들이 노리는 것은 우리 인민들, 특히 청소년들 속에 반동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려 계급적으로 와해·변질시키고 서방에 대한 환상과 염전사상, 투항의식을 고취해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자는 것"이라며 "모기장을 든든히 치고 단호히 박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도 적들은 날로 높아가는 우리의 국력과 국위에 질겁하여 거액의 자금을 뿌려가며 사회주의 제도를 악의에 차서 헐뜯는 각종 정치 선동 오물(전단)과 TV 통로와 라지오(라디오)를 통해 썩어빠진 반동사상 문화를 우리 내부에 쉼 없이 들이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총을 들고 덤벼드는 대적보다 더 위험한 것이 화려하게 채색되어 감행되는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 "한순간이라도 주춤하고 조금이라도 양보한다면 반동적인 사상문화가 스며들 틈을 주게 되며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망치게 된다"라며 계급의식 약화를 체제 붕괴 위험으로 간주했다.
고 소장의 글은 지난해 7월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북한 주민 1명이 도보 귀순한 뒤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 주민의 탈북 이유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주민의 탈북이 체제 결속 와해 요인이라는 당국의 시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강원도 고성에서는 2024년 8월에도 하사급 군인이 MDL을 넘어 귀순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고 소장은 "계급의식이 흐려지면 사회주의가 망한다는 것은 역사에 새겨진 뼈아픈 교훈"이라며 "지난날 사회주의를 건설하던 나라들이 붕괴된 것은 결코 군사력과 경제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에 각성을 높이고 단호히 박멸하기 위한 사업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동적인 사상문화를 허용하면 민족의 존엄과 넋이 짓밟히고 이색적인 생활 양식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민족성을 잃고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며 남을 덮어놓고 쳐다보며 추종하게 된다"라고 경각심을 높였다.
일각에선 고 소장의 글이 강원도 등 접경지에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나 바다를 통해 외부 문물에 대한 노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강원도 남한 지역에서 살포한 전단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북한 지역에 퍼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작년 10월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정보 당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가 멈췄을 때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경각심 고조 메시지가 나온 것을 두고 접경지 일대에서의 '불안감'은 남북이 비슷함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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