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식서열 2위 최룡해, 박정천·리병철 등 원로 퇴진…세대교체(종합)

'대남통' 김영철·리선권도 새 중앙위원 명단서 빠져…대남 '무시' 전략 지속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선출된 당 중앙위원회 9기 지도부 명단에 김정은 정권의 '공식 의전서열 2위'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이름이 빠졌다. 세대교체 차원에서 최룡해가 일선에서 퇴진했을 가능성이 23일 제기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9차 당 대회 4일 차인 22일 새로 선출된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다음 당 대회까지 5년간 당의 주요 결정에 관여하는 지도부로 활동하게 된다.

신문에 공개된 위원의 명단을 보면 김정은 당 총비서 아래로 박태성 내각총리, 조용원 당 비서, 리일환 당 비서 등 당 중앙위원회 8기에서 활동한 주요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대부분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선출된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번 대회에서는 138명이 당 중앙위 위원으로 선거되고, 111명이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뽑혔는데, 이는 8차 당 대회 때 선출된 인원과 동일하다.

1950년생인 최룡해는 지난 2019년 4월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격인 국무위원회의 제1부위원장에 임명됐다. 2021년 1월엔 노동당의 최고위 직책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되는 등 북한의 고위직을 두루 겸하면서 김 총비서에 이어 공식서열 2위로 분류되는 인사다.

최룡해는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함께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최현은 북한의 개국 공신 중 하나로 사후 '혁명 열사'로 분류된 인사다. 최근 북한은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의 첫 배의 이름을 '최현호'로 명명할 정도로 북한 역사에서 상징적 인물 중 하나다. 최룡해가 북한의 '명문가' 출신이라는 뜻이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조선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비서를 맡는 등 청년문제를 주로 다뤘던 인물이다. 지난 1989년 평양에서 제13회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열렸을 때 조선준비위원회장 자격으로 개회사·폐회사를 했다. 이 축전엔 당시 대학생이던 임수경 전 의원이 참가해 징역형을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대회였다.

최룡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청년동맹의 부정부패 문제에 연루돼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고초를 겪었지만 '출신 성분'이 좋은 탓에 금방 복권되는 등 권력 중심에서 크게 멀어지거나 '숙청' 등의 위기를 겪지 않은 몇 안되는 인사다.

김정은 집권 후에는 군 이력이 없음에도 군에 대한 '당적 통치'를 담당하는 군 총정치국장이나 당 간부들의 뒷조사를 담당하는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리병철 군수정책담당 총고문(오른쪽).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 밖에도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비서와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도 새 중앙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50년~55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박정천 당 비서는 지난 2016년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고, 2020년 당 정치국 위원, 2021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당 중앙위원회 비서, 2022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한 군부의 핵심 인사다.

김 총비서를 제외하면 '군부 1인자'이자 김 총비서의 최측근에 해당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좌천과 복귀를 반복하며 입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고위 간부 대열에 합류한 초기에는 군 최고계급인 원수까지 초고속 승진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2021년 6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강등됐다가 복귀했다.

1948년생인 리병철 총고문도 지난 2010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고, 2020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2025년에는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으로 북한의 국방 분야에서 특히 군수부문에 잔뼈가 굵은 인사다.

2016년 8월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했을 당시 김 총비서 옆에서 맞담배를 피운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운 최초의 인물'로 거론되며 김 총비서로부터 강한 신임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 2023년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관여하고, 같은 해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수행단에 동행하며 러시아로부터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자리는 1960년생인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이 대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결정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로,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인사다.

또 과거 북한의 대남기구였던 통일전선부 고문을 맡으며 '대남통'으로 불렸던 김영철(1946년생) 노동당 10국 고문과 그의 후임으로 외무상과 통일전선부장을 역임한 리선권(출생연도 미상)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지난 2019년~2020년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던 1961년생 장금철의 이름이 명단에서 식별돼 그가 다시 대남사업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인선은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꾸준히 진행해 온 세대교체 차원의 인선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원로들의 그림자를 지우고, 김정은이 직접 발탁하고 길러낸 '9차 대회 세대'가 당 중앙위원회를 장악했음을 시사한다"며 "과거의 공로가 있더라도 현재의 정책 목표를 수행할 동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많으면 교체하는 '실용주의적 인사'가 적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최룡해는 '빨치산' 2세대의 수장으로 김정은 집권 초기 체제 안정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그가 일선에서 빠진 것은 이제 김정은이 '선대의 후광'이나 '원로들의 지지' 없이도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음을 선포하는 의미"라고도 해석했다.

임 교수는 아울러 리병철과 박정천이라는 군사 분야의 원로의 퇴진에 대해서는 "8차 당 대회에서 선언했던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물리적 목표가 일단락 됐음을 시사한다"며 "신무기 개발의 시대에서 운용 및 실전 배치의 시대로 넘어가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