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TV, '최고지도자 암살 시도' 장면 담은 영화 첫 방영
"악당이 주인공…사회악에 대한 이례적 솔직한 묘사"
전반적인 영화 '질' 높아져…현대화한 주민 인식 반영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영화를 관영매체를 통해 방영했다. 일종의 '금기 사항'으로 여겨졌던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나온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9일 나온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 암살 시도를 다룬 2022년 작 '하루 낮 하루 밤'의 속편인 '대결의 낮과 밤'을 방송했다. 이 영화는 북한 4·25영화제작사에서 제작됐으며 1990년대를 배경으로 최고지도자의 암살 시도 사건을 검사가 수사하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검사인 리태일이 사실 범인인 '반전'이 담긴 이 영화는 최고지도자의 암살 시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상황에서 이같은 영화가 방영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리태일은 1편에서 김일성 주석의 암살을 시도했던 인물의 아들로, 아버지처럼 열차 폭파를 통해 북한의 2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아내를 배신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리태일은 암살 계획 실패 후 해외로 망명한다. 영화는 그의 후손이 북한으로 몰래 귀국한 것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이는 최고지도자 암살이 소재인 영화가 3편까지 제작될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이 영화가 "적나라한 장면들과 사회악에 대한 이례적으로 솔직한 묘사가 돋보이며, 특히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영화는 리태일의 독백을 통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 최고지도자의 서거, 강대국들의 경제 봉쇄, 그리고 북한의 운명이 3일, 3개월, 혹은 3년 안에 결정될 것이라는 '3-3-3 붕괴론'까지. 나 역시 반공화국 세력의 정치적 계산에 운명을 걸었다'라며 1990년대에 본격화한 핵 개발과 경제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북한이 직면한 지정학적 어려움과 체제 불안 등을 '외부의 분석 틀'로 다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통해 후속작을 예고한 것은, 북한이 전 주민들에게 '정권에 대한 위협이 세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는 악당의 사악함을 드러내기 위해 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반공화국 행위'를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여기에는 찬송가와 성경 소지, 뇌물 수수, 그리고 리태일이 공범들을 모집하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성적으로 부적절한 만남 등이 포함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처음 공개돼 평양국제영화제(PIFF) 3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기차 위에서의 싸움, 자동차 추격전, 폭발 장면 등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액션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북한의 영상 선전물이 무조건적 체제 순응과 희생, 찬양 등 '감동적' 서사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과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북한이 외부 문물 차단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외부 문물의 영향을 받은 주민들의 욕구를 채워야 할 수요가 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NK뉴스는 "최근 북한 영화계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는 추세가 엿보인다"라며 "국가 선전을 현대화하고 외부 미디어에 노출된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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