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후계자인 주애…'확정 이르다' 신중론 제기되는 이유는?
금수산 참배 놓고 분석 엇갈려…'후계자 신고식' vs '가족 이미지 연출'
전문가 "단독 사진이나 공식 호칭 등 '결정적 신호' 더 필요"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애가 사실상 후계 구도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수산 궁전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북한의 최고 성지로, 백두혈통 세습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동지께서 새해에 즈음하여 1월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주애가 아버지인 김 총비서와 어머니 리설주 여사 사이에 서서 참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주애는 새해를 맞아 이틀째 북한 매체의 주요 보도 대상이 됐다. 지난 1일 노동신문 보도에서도 주애가 김 총비서, 리 여사 사이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확인됐는데, 주애가 이틀 연속으로 '정 중앙'에 배치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차기 후계자 각인을 위한 의도적 연출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새해 초 북한이 주애를 부각하는 의도를 두고 상반된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처음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한 뒤 수시로 제기된 '북한의 후계자' 관련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김정은이 2024년과 2025년 연속 건너뛰었던 신년 금수산 궁전 참배를 올해 주애와 함께 재개한 것은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정치적 행보"라며 "주애를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수순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라고 평가했다.
정 부소장은 특히 "북한이 주애를 제일 앞줄, 그것도 김정은이 서야 할 정중앙 자리에 배치한 것은 선대 수령인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후계 구도를 신고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주애가 9차 당 대회에서 공석인 '당 제1비서'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 때 당 규약을 개정해 노동당 총비서 아래에 당 제1비서직을 신설한 바 있다. 한때 이 자리를 김여정 당 부부장이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특정 인사가 임명된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당 규약에 따르면 제1비서는 '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김 총비서의 유고 시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제1비서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 부소장은 주애가 그간 북한 매체에서 이름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의 수식으로 호명되고, 고위 간부들이 주애를 깍듯하게 모시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는 점에서 주애가 북한의 차기 후계자가 맞는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주애가 아직은 '4대 세습'과 북한이 중시하는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일 뿐 김 총비서의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수산 궁전 참배는 '선대 지도자–현 지도자–미래세대를 한 화면에 배치해 체제의 안정성과 혈통의 연속성을 강조한 장면일 뿐이라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금수산 궁전 참배에 리설주 여사가 동행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북한이 결속을 강조하기 위해 '가족 서사'를 인민들에게 각인하려는 것이지 후계 구도를 가늠하는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애만 동행했다면 다른 각도의 해석이 가능했겠지만, 리 여사가 함께했기 때문에 가족 동반 참배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는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공개 활동에서 반복되는 연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주애가 한 가운데에 배치된 신년 행사 사진이나, 주애가 김 총비서의 볼에 뽀뽀를 하거나 아버지보다 앞서 걷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이 부각된 북한의 보도사진에 대해서도 후계자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사진만 놓고 보면 주애는 후계자라기보다 가족 구성원의 일부"라며 "후계자 내정 단계였다면 주애를 지칭하는 보다 상징적인 언급이나 권한이 작더라도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조치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후계자 이미지의 핵심은 절제와 거리감"이라며 "아버지의 볼에 입을 맞추거나 현장에서 다른 곳을 응시하는 모습은 권위 구축 단계의 후계자 연출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짚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애가 처음으로 금수산 궁전을 공개 참배한 것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종합적으로 이번 보도가 주애를 둘러싼 해석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는 평가가 유효해 보인다.
정부도 주애의 현재 정치적 신분이나 후계자 관련 동향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진 않고 있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애가 김 총비서와 (금수산 궁전에) 공개적으로 동행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유의해서 보고 있다. 앞으로도 김 총비서 딸의 행보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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