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종이' 사용하는 北…인민 생활 '디테일' 개선 나섰다
김정은 '종이 생산' 문제 해결 직접 나서…'애민주의' 행보 강화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평안남도 은산군 종이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앞으로 전국 각지에 더 많은 종이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총비서가 인민생활 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종이'라는 특정한 물품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디테일'을 챙기는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30일 나온다.
현재 북한은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나 기업에서 '누런 종이'(갱지)를 사용할 만큼 질 좋은 종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이를 해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일종의 '저비용 고효율' 전략으로, 적은 품을 들여 민심을 잡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8일에 열린 평안남도 은산군 종이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28일에 종이공장 방문과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현장 시찰이라는 두 가지 일정을 소화했는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자 보도에서 김 총비서의 종이공장 방문을 '1면 머리기사'로 선택했다. 지금 북한 당국이 더 신경을 쓰는 것은 대외 사안보다 '내부 결속'임을 부각한 셈이다.
김 총비서는 "여러 종의 나무들과 지방의 흔한 원료들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제지기술이 도입되고 경제적 효과성과 실리가 대단히 큰 새 공장이 완공됐다"면서 "다른 도에서도 종이공장을 자체로 건설할 수 있는 본보기적인 경험이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본보기적인 경험'은 다른 지역에서 앞으로 은산군의 종이공장을 벤치마킹해 지역별 종이공장을 건설하라는 뜻에서 언급된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3일에도 은산군 종이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며 "모든 도들이 (당 9차 대회에서 발표될) 다음 5개년 계획 기간 내 현대적인 종이공장들을 건설하는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토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연말 전원회의'에서도 은산군의 종이공장을 언급하며 각 도·시·군에 "자체 특성에 맞는 성과를 입체적으로 창출하라"라고 지시하는 등, 북한은 김 총비서의 '최대 관심사'가 마치 종이공장에 있다는 듯한 연출을 하고 있다.
북한의 종이 생산 수준은 매우 낙후됐다. 이는 연료가 부족한 북한에서 대부분의 목재가 연료에 사용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지난 1990년까지만 해도 북한 국토 면적의 약 68%에 해당했던 산림은 2010년대 들어서는 약 40%대로 감소하는 등 북한의 산림 황폐화 문제는 장기간 악화한 상황이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종이를 만들 때 재활용 종이의 비중이 크거나, 종이나 목재가 아닌 아예 다른 원료를 배합하는 경우도 잦다. 이로 인해 종이가 쉽게 찢어지는 등 품질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들 역시 이같은 종이 생산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과 국가 차원의 여러 노력들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지난 2019년 9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종이 생산의 돌파구가 확고히 열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이 목재 펄프 없이 '100% 갈대만을 사용한 종이 생산 공정'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7월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내나라' 역시 북한의 국가과학원 제지공학연구소가 '낙엽을 활용한 종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전했다. 이들 매체들은 낙엽과 갈대가 종이 원료로 사용되는 것이 '신기술'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른 셈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는 종이 생산 문제가 심각해 아직도 우리가 소위 '갱지'라고 부르는 누런 종이가 주로 사용되는 형편"이라면서 "현재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김정은이 종이공장에도 나서면서 이같은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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