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첫 대북정책 정례협의…정부 내 엇박자에 '반쪽 협의' 우려
한미, 새 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 조율 본격화 예상됐지만…정부 내 갈등 표출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가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하기 위한 첫 정례협의(공조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통일부와 외교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완전한 출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이재명 정부의 대북 공조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하게 됐다는 평가가 16일 제기된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례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미국 측에서는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이번 협의는 기존 외교당국 간 소통 채널을 활용해 양국이 대북정책 조율을 정례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대북 접촉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한미가 사전에 대북정책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통일부에서 대북 사안을 '외교부 주도'로 협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이 배경에 깔린 정부 내 불협화음만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외교부는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설정은 주무부처인 통일부 소관이지만, 북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공조와 한미 간 정책 조율은 외교 채널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다. 특히 이에 대해 미국 측의 공감대도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일부는 대북 관련 협의에 주무부처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와도 참여 여부를 조율했지만,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외교부가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이를 '보이콧'하는 듯한 모습을 취한 것이다.
통일부는 전날인 15일 "외교부가 진행하는 미측과의 협의는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협의로, 외교 현안을 협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하기로 했다"며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가 대북정책 관련 주무부처가 아님을 강조하려는 뉘앙스가 다분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일부는 이번 정례협의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과 비슷한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미 비핵화 협상 속에서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추동하기 위해 출범했는데, 미국 측에서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 교류협력사업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라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남북 양자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 측에서 워킹그룹이 '미국의 사전 승인 창구'가 됐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북핵이라는 국제사회 차원의 현안이 대북 사안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외교부 주도의 한미 협의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는 전통적으로 외교부의 소관이며, 정부 유관부처가 하나의 협의체를 꾸렸던 한미 워킹그룹이 '특수한 사례'라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안에는 한국을 보는 미국의 의심 어린 시각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북미 대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한국이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차원에서다.
실제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빠르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아직은 대북제재 체제를 유지하고, 인권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대북 '압도적 우위'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동영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와 인권 압박이 대북 협상력을 높이지 않는다"며 미국의 '압도적 우위' 접근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남북 사안을 양자관계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자주파의 기조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동맹파의 관점과 배치된다. 2018년 워킹그룹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지닌 자주파는 미국과 동맹파의 '결이 맞는 소통'을 비판적으로 봐왔고, 이것이 정 장관과 김 대사대리의 만남을 기폭제로 이번 한미 정례협의를 앞두고 '싸움'에 가까운 갈등으로 비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한국 정부 내의 '불협화음'을 재차 확인한 상태에서 이날 협의에 임하게 됐다. 협상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도 다시 한번 한국 정부 내의 '의견 불일치'를 문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진정한 분기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내 갈등을 빠르게 진화하고 이를 한미 소통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견과 '갈등'은 엄연히 다르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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