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방한인데 北 최선희는 모스크바行…북미대화 어려워지나

전문가들 "北 관심사는 러시아와 밀착" vs "美 떠보는 주도권 싸움"

지난 2019년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방한을 앞두고 '김정은 만남' 의사를 피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의가 아직 유효한 가운데 북한은 직접적인 호응보다는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해 외교가에서 각종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양국을 각각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최 외무상의 구체 일정은 공개하진 않았다. 다만 북측의 이번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로 다음 날 나온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순방 일정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오르면서 "나는 김정은 총비서와의 만남에 100% 열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인정하는 '합법적 핵보유국'과 거리가 멀지만,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인책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포기·현실 인정'을 북미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위해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9.2.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문가들 "北 관심사는 러시아와 밀착" vs "美 떠보는 주도권 싸움"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최 외무상 방러 보도는 '우회적 거절' 의사 또는 향후 북미 협상을 대비한 '몸값 높이기'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다른 때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해 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섰을 수 있고,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실한 '반대급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관망하고 보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오가는 시기에 최 외무상의 방러 소식을 내보낸 것은 북한이 현재 자신들의 관심사가 러시아와의 밀착관계에 있으며, 미국과는 대화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도 "북미 정상회담 주무장관이 없이 정상회동을 상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전날 트럼프의 제안으로 인해 협상 시작의 결정권이 북한으로 넘어온 상태에서 김정은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며 "우선 직접적인 거절보다는 우회적인 응답을 통해 미국의 반응을 좀 더 보겠다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 북미 회담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은 맞지만,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변화'를 보인다면 북한도 호응하고 나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 석좌교수도 "양 정상 간 의지만 있다면 실무장관의 일정 조정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최 외무상의 방러 전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가 발신된다면, 방러 연기 또는 방러 기간 단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