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도 선전에 활용…北, 평양종합병원 건설 비리 적나라하게 공개
늦게 완공됐지만…"건축물은 인민과 후대에 주는 재보" 선전
연말 성과 결산 앞두고 간부들 '사상 조이기' 의도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준공을 앞둔 평양종합병원을 시찰하며 공사가 지연됐던 이유를 공개했다. 체제 내부의 부정적인 면으로 비칠 수 있는 건설 과정의 부당 모금 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며 체제 선전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김 총비서가 전날 평양종합병원 종합실험검사과·전문과, 종합수술실·헬기 착륙장 등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병원의 착공을 선포한 날부터 이날까지 건설 과정에 있었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언급했다.
김 총비서는 병원 준공이 1년 반이나 늦어진 이유에 대해 "세계적인 보건 사태로 인한 객관적 요인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우리 내부에서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한 당시 내각의 일부 지도 간부들과 평양종합병원 건설 연합상무 일꾼(간부)들의 공명심으로 하여 산생된 경제조직사업에서의 혼란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도 간부들이 재정 규율을 무시하고 병원 규모와 설계 변경에 따르는 총건설 예산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했고, 자의로 지원분과 형식의 기구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모금과 지원 바람을 일으킨 점을 짚었다.
또 지난해 12월 병원 건설에 지원금을 낸 개별적 단위와 주민들에게 자금을 전부 빠짐없이 돌려주는 '특별한 조치'도 취해졌다고 공개했다.
이처럼 간부들의 비리를 공개한 이유는 여러 난관이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인민을 위한 평양종합병원이 성공적으로 건설됐음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금은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자력으로 창조해 나가는 하나하나의 건축물들이 그대로 우리 인민과 후대들에 복락을 주는 귀중한 재보로 되고 국가부흥의 든든한 밑천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 총비서의 '인민대중 제일주의' 기조와 '후대 사랑' 기조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일 80주년과 내년 초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간부들의 사상을 조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21년 수립한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올해 내 마무리해야 한다.
김 총비서는 과거에도 당 간부들의 비리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곤 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2018년부터 진행된 삼지연 건설 현장에서는 감독관의 직무 태만을 공개 지적했다. 같은 달 대규모 수해가 일어났을 침수의 원인이 일부 간부들은 경질되고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고 질책했다.
올해 1월에도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를 열고 남포시와 자강도 간부들이 음주 접대를 받는 등 비위 행위를 저지른 지방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최근엔 신형 구축함 진수식 중 발생한 좌초 사건과 관련해 간부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이를 전국에 알려 경각심을 제고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현지 시찰에서도 "이는 국가에 의연 내재하고 있는 경제사업에서의 무규율성과 간부들의 주관적 욕망, 정치적 지도에서의 미숙성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며 "지도 간부들의 정치적 준비 정도를 보다 높여야 할 필요성"을 주문하며 경제 부문 간부들의 기강을 잡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3월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을 개최하고 당초 그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 완공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김 총비서가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다시 그해 연말까지 완공을 지시했지만, 이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 김 총비서는 올해 2월 완공된 평양종합병원을 둘러봤고 그 이후 이렇다 할 준공 소식은 없었다. 올해 당 창건일 80주년을 계기로 평양종합병원 준공식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