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도 '양꼬치&칭다오' 먹나…"새 맥주집, 북중 사업 본격화 상징"

"소비액 따라 할인 이벤트…튀김·샐러드소스 등 서비스"
전문가 "북중 우호관계 과시…국산화 정책으로 통제될 것"

평양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칭다오 맥주 전문점 (중국 SNS '샤오홍슈'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최근 북한 평양에 칭다오 맥주 전문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체 생산했다고 주장하는 '대동강 맥주', '두만강 맥주' 등을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중국 유명 맥주 브랜드의 간판으로 내걸고 장사를 하는 것은 북한 내 중국 사업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추측이 22일 제기된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중국 유학생이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사진에 따르면 북한의 한 쇼핑몰에 칭다오맥줏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유학생은 "평양에 칭다오 맥주 전문점이 생겼다"며 "압록강 맥주와 겨뤄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가게가 입점한 쇼핑몰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게 입구에 크고 동그란 칭다오 맥주 로고가 걸려 있으며, '명절'을 맞아 우대봉사(서비스)와 인하 봉사(할인)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칭다오 맥주 전문점 에서 홍보하는 이벤트 문구. (중국 SNS '샤오홍슈' 갈무리)

게시된 홍보 글은 이 가게를 '22층 노대 맥줏집'이라고 지칭하며 밑에 층의 상점에서 구매하는 금액에 따라 적용되는 서비스 규칙을 소개했다. △맥주 구입 금액이 24달러 이상일 때 칭다오맥주 1통 우대 △1층 구입 금액이 50달러 이상일 때 칭다오 맥주 1통, 튀기(튀김) 1개 우대 △2·3층 구입 금액이 100달러 이상일 때 칭다오 맥주 5통 우대 등이 적혀있었다.

아울러 '노대 맥줏집'에서 식사 금액이 20달러 이상일 때 안주 우대, 30달러 이상이면 쌀라드쏘스(샐러드 소스) 1개 우대, 50달러 이상이면 맥주 1병에 안주 우대, 70달러 이상은 임의의 요리(5개 이상) 우대, 100달러 이상이면 9% 인하를 한다고 소개했다.

이 유학생은 해당 맥줏집에서 보이는 전망 사진을 게시했는데, 대동강변과 미래과학자거리의 건물이 보이는 각도로 보아 평양 최대 고급 쇼핑몰 '류경금빛상업중심(류경 골든 플라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선전 매체에 따르면 이곳은 2023년 7월 개업한 20층 이상의 복합쇼핑몰로, 호텔·상가·식당·사무실 등이 갖춰져 있다고 소개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에 중국 유명 맥주 브랜드 점이 입점한 것은 북·중 관계에 진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북·중 간 복원되고 있는 우호 관계를 상징한다고 본다"며 "북·중이 중국산 물건을 관계 과시용으로도 사들이면서 제재 문제로 그동안 못했던 더 많은 북한 물품이 중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진행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추정했다. 이어 "다만 북한의 국산화 정책이 강력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대동강 맥주나 두만강 맥주 같은 국산 브랜드가 밀리지 않도록 수입 맥주 판매는 상당히 통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동강 맥주에 각인된 '칭다오 맥주' 한자 사진. (중국 SNS '샤오홍슈' 갈무리)

앞서 북한은 평양 관광 명소로 '대동강맥주집'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단독 건물로 사용되는 이 맥줏집은 외관이 맥주잔과 대동강맥주병 조형물 모양으로 만들어져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관광객들의 유튜브나 SNS 사진을 통해 종종 대동강 맥주병에 칭다오 맥주 각인이 포착돼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나선시에 새로 오픈한 두만강 맥줏집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건물의 외관은 앞선 대동강맥줏집과 매우 유사했는데, 외벽 창문은 맥주잔을 형상화해 거품이 흘러내리는 장면처럼 연출했으며 입구에는 거대한 '두만강 맥주' 조형물이 세워졌다.

TV에 따르면 나선 룡성종합가공공장에서 생산한 다종의 맥주가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두만강 맥주병에도 칭다오 맥주 각인이 올해 초부터 꾸준히 발견돼 왔다.

북한이 칭다오 맥주병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재활용 정책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칭다오 맥주를 내부적으로 소비한 후 유리병만 재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