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방중 전 ICBM '화성-20형' 전격 언급…'핵 국가' 과시 의도

최종완결판 '화성-19형' 이어 '화성-20형'…핵 개발 지속할 듯
中 전승절 앞두고 핵·미사일 보여주기…추후 '대미협상' 염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참석차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 전 '핵무기 보유국'임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하고 탄소섬유복합재료 연구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해당 연구소는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엔진을 제작해 지난 2년 동안 8번 지상 분출시험을 통해 엔진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검증했다. 엔진은 출력 1960kN(킬로뉴턴)으로, ICBM '화성포-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인 '화성포-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해 발사한 ICBM. '화성-19형'으로 북한은 이를 ICBM의 '최종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최종완결판'이라던 '화성-19형'에도 신형 엔진 적용…핵 개발 지속 의도 부각

미사일에 사용되는 탄소섬유복합재료는 강도가 세고 열에 잘 견뎌 탄두의 무게를 줄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다. 이 소재를 적용한 엔진을 만들었다는 것은 엔진 내구성을 높여 사정거리를 연장하겠다는 뜻이다. 또 엔진 출력 확대는 '다탄두' ICBM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이 엔진을 활용해 신형 ICBM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31일 '화성-19형'을 "ICBM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화성-19형'이 개발이 아직 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체 연료 ICBM을 개발할 때 미사일 무게를 줄이기 위해 미사일 '케이싱'(외부를 감싸는 요소)을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사용해 실전용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이는 사실상 기존 화성-19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에 개발된 '화성-19형'이 아닌 '개량형'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두드러진다. 북한은 다자외교 및 당 대회 이후에도 전술 핵미사일을 대량생산 하거나 ICBM 능력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뉴스1 DB
방중 직전 '화성-20형' 내보인 김정은…중러로부터 '핵보유국' 지지 의도도

김 총비서가 이번 미사일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지난 1일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으로 추정된다. 김 총비서는 그에 앞선 지난달 31일에도 새로 조업한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을 점검했다.

다자외교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김 총비서가 연일 국방 현장을 찾은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다자외교에 나서기 전 군사적 능력을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여러 국가를 향해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면서 "특히 자신들의 '핵 능력', '미사일 능력'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부각하며 군사적 위상을 드러내려 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면서 간접적으로 '북한 핵보유국 지지' 효과를 내려는 전략적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 중러와 대등한 관계임을 과시하며 동북아에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속적인 핵 능력을 개발해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는 시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함께 중국이 자랑하는 첨단 핵무기가 등장하는 열병식을 관람하며 중국의 핵 강국 위상 지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보유 정당성도 간접적으로 지지 받는 모양새를 연출하려 했을 것"이라면서 "대미 메시지로는 핵무기 고도화 의지를 확인하고 핵보유국 위상을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