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제거한 軍, 추가 '상응 조치' 예고…수위 놓고 고심

탄도미사일 등 첨단무기 시연·사이버 독자제재 등 검토
대북 확성기 재개는 부담…전문가 "독자 훈련 등 대응 의지 보여야"

권대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상황 관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10.5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예원 기자 = 군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최종 판단하고 '상응 조치'에 착수했다. 사고 지역의 지뢰를 제거하고 추가 작전도 예고했다.

군은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대응으로는 대북 독자 제재와 첨단 무기체계 시연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응 수위를 높일 경우 정부의 긴장 완화 기조와 충돌할 수 있는 데다 북한도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아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軍 "이게 시작"…지뢰 제거 이어 추가 대응 예고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DMZ 지뢰 폭발 사고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군은 이날 낮 12시 51분쯤 사고 관련 지역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제거했다. 군과 유엔사는 북한군이 MDL 이남 10여m 지점에 지뢰를 매설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합참은 북한이 MDL 이남에 설치한 지뢰를 "자발적으로 제거하지 않을 경우" 제거 작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는 부상 장병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정전협정을 위반해 설치한 지뢰의 즉각적인 제거를 촉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뢰 제거를 "필요한 대응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이게 시작"이라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작전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적 조치로는 탄도미사일 등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체계를 시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우리 군의 군사적 능력과 우위를 과시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로 결론이 났지만 군사적 맞대응의 대상과 수위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지뢰는 폭발 시점만으로 매설한 병력이나 대응 사격을 할 원점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이번 지뢰가 최소 1년 전에 설치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매설 시점과 경위까지 특정한 것은 아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독자 제재나 독자 훈련 등을 통해 정부의 대응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제재 놓고 조현-정동영 이견…대북정책 조율 과제

추가 압박 수단으로는 사이버 분야 독자 제재가 거론됐다.

지난 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독자제재안을 제시하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뢰 사건과의 직접적인 관련성 등을 들어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두 장관 사이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사이버 분야 독자 제재 추진 여부와 시점에 대해 "내부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자금원"으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응해 오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NSC 논의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군 수지반보병 지뢰를 들어보이며 육군 25사단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앞서 수해지역에서 우리 군이 수거한 북한군 유실 지뢰. 2026.10.5 ⓒ 뉴스1 구윤성 기자

보수 진영에서 요구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카드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북한을 압박한 수단이지만 이재명 정부는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방송을 중단하고 8월에는 시설도 철거했다. 이를 재개한다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취한 조치를 스스로 되돌리는 것이어서 정책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장관도 지난 2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확성기 재개도 부담…대화 돌파구 찾기도 난제

국방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 방침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과거 대응 수단의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확성기 방송이 효과를 낸 적도 있고 지역 주민에게 어려움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현시점의 효과 등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MDL 침범이 반복되는 가운데 군은 기준선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대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한국군과 유엔사가 적용하는 MDL 기준선이 일부 구간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며 기준선을 일치시키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이 경고사격을 받은 뒤 지도를 펴고 위치를 확인하는 모습 등을 토대로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군이 스스로 MDL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회담을 통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의 생각"이라면서도 지난해 11월 회담 제안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고, 이후 추가 제안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뢰 매설을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의 일부로 보고 유엔사와 MDL 기준선을 확인한 뒤 그에 따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위해 MDL 문제를 "더 이상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