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신 '조선', 평화 공존 위해 제한적 사용 논의 필요"
"국제회의·남북회담 등에서 유연한 활용 검토 필요"
"北 체제 승인·통일 포기 의미 아냐…사회적 공감대가 전제"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재명 정부가 '평화 공존'을 대북정책 기조로 유지하면서 '북한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8일 내놨다. 다만 연구원은 국내 법체계와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외교·학술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평화 공존의 조건과 조선 호칭 논의' 보고서에서 "'조선' 호칭 사용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명칭 선택을 넘어 변화하는 남북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라고 짚었다.
정 실장은 최근 제기된 '조선' 호칭 논의가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북한' 대신 북한이 사용하는 약칭인 '조선'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논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우리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평화통일 원칙,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 등을 근거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이 국가 정체성이나 통일 지향성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신중론'과, 공식 국호 사용을 북한을 국가로서 승인하거나 우리 헌법 질서의 변경과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 간 호칭은 적대적 표현인 '북괴'에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거치며 상대방의 공식 국호와 직함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같은 변화를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위한 역대 정부의 축적된 제도적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엔 등 국제기구가 북한의 공식 명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가 명칭 사용'과 '국가 승인 여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동·서독도 1970년대 이후 현실을 인정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공식 명칭을 사용한 사례도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실장은 북한을 부르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은 일괄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국내 행정·법률 체계와 일반 대중 언론에서는 기존 관행과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해 '북한'이라는 호칭을 유지하되, 남북 당국 간 회담과 국제회의, 국제기구 협력, 학술·문화교류 등 외교적·학술적 영역에서는 국제적 관행과 상호 존중 원칙에 따라 '조선'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또 이러한 논의는 상호주의와 단계적 접근 원칙 아래 북한의 대남 인식 변화와 대한민국 헌법 질서,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제도 변경을 추진할 경우 불필요한 이념·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 실장은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남북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공식 명칭을 보다 유연하게 검토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거나 단기간에 제도화할 사안은 아니며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 남북 교류 현장 등을 통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축적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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