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힘 실은 '대북 주무부처' 통일부…대북 수석대표 임명도 추진

'한반도평화특사' 구상 공개…美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로 상정
美 호응 불투명하지만…'원보이스' 정리돼 수용 예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외교부·통일부의 2026년도 합동 업무보고에서 대북정책 주무부처로 사실상 통일부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정부 내 대북정책 설계 및 추진 주도권이 통일부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평화특사' 제안…NSC·외교부 포괄하는 '대북 수석대표' 신설 구상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할 수 있도록, 신뢰가 조금이라도 싹틀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 역할은 역시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 대부분을 북한 정세 및 남북관계 관련 평가에 할애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통일부의 역할'을 언급해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주무부처가 통일부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에게도 "책 잡을 게 없다"라고 '상찬'을 하면서 그간 대북정책 주도권을 놓고 갈등했던 두 부처의 입장을 상처 없이 '교통정리'했다.

이날 업무보고로 앞으로 통일부는 '이재명표 대북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업무보고에서 '한반도평화특사'의 임명 추진 계획을 밝혔다. 통일부는 특사의 구체적인 권한 등을 설명하진 않았지만 "미국에게도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을 촉구할 것"이라면서 한반도평화특사를 미국과의 대북 사안 협상을 위한 정부의 '수석대표'로 상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국무부에 대북정책특별대표 직책을 두고 있으며,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스티븐 비건 전 대표가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한과의 협상에 전면에 나선 바 있다. 현재는 공석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한반도평화특사가 북한 파견을 위한 '대북특사'와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북미 간 정상회담 추동을 위해서도 이같은 고위급 대북 특별대표 지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변국과의 소통을 위해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정부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장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점,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가 외교부의 외교전략정보본부장(옛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돼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자리보다 더 포괄적 권한을 가진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대북 사안 관련 정부의 소통창구를 일원화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2025.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美의 호응 가능성 미지수…"트럼프는 '원보이스' 선호할 것"

통일부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미국과의 대북 협상도 통일부 주도로 전개될 예정이다. 미국의 호응 여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북핵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워킹그룹'을 만들어 제반 사항을 협의했다. 워킹그룹은 당시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보다 '앞서나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기능도 있었다.

지난 15일 한미가 외교부-국무부 주도로 '대북정책 조율 정례협의'를 개시하려 했던 것도 이같은 '전례'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펼치고 남북 교류협력을 추동하는 통일부 주도의 대북정책 협의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외교부는 여러 가지 이상적인 좋은 성취 목표를 잘 검토해서 국제사회로부터 어떻게 지지를 이끌어내느냐, 또 무엇보다도 어떻게 북한이 호응을 하게 할 것인가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우려했던 '원보이스' 문제는 표면적으로 해소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2018년 미국 주도로 북한과의 협상이 전면적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현재 북한이 한미의 손짓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굳이 한미 간 갈등 사안을 만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재명 대통령의 '피스메이커'(Peacemaker) 구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 내의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정동영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주한미국대사관 측과도 공사급 레벨에서 정례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과도 일정 수준 소통을 개시했음을 시사했다.

통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된 내년 4월까지를 대북정책의 관건 시기로 보고 선제적·실천적 조치를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평화특사'의 임명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