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군사 당국 간 접촉·이산가족 교류로 대화 추동해야"

美 전문가, 통일연구원 세미나서 'SMART 이니셔티브' 제안

통일연구원은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재명 정부의 E·N·D 이니셔티브와 한반도의 미래' 국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미관계 개선과 대화를 위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복원과 군사·인도 분야 교류를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 카네기 멜론전략기술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거론 비상임연구원은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이재명 정부의 E·N·D 이니셔티브(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와 한반도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스탠거론 비상임연구원은 2017년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인 관광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예시로 들며 관광 재개와 같은 민간 차원의 교류만으로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스탠거론 비상임연구원은 대신 'SMART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SMART 이니셔티브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복원(S), 군 대 군 접촉(M), 농업 교류(A), 재미 한인 이산가족 상봉(R), 북한의 결핵 퇴치사업(T) 등을 바탕으로 교류가 재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군사 당국 간 접촉은 북미 양측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심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면 가족 유대의 회복, 즉 이산가족 상봉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냉전 시기 동독인들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독으로 여행할 수 있었고, 중국과 대만도 왕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남북한의 분단 만이 가족 간 의사소통과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을 바꾸는 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교환'(Exchange)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스탠거론 비상임연구원은 또 "기술 협력의 두 가지 영역, 즉 농업과 결핵 관련 의료 교류는 유망한 교류의 길이 될 수 있다"며 "작은 규모로 시작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한편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남북, 혹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교류나 비핵화보다 선행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정책의 논리적 순서를 따지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E·N·D 이니셔티브가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보인다"며 "이러한 실용주의적 정책의 유연성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평가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한일 협력을 통해 도출된 정책은 일방적 조치보다 훨씬 더 큰 신뢰성을 지닌다"며 "일본과 한국이 한목소리를 낼 때, 북한은 분열을 이용하거나 한 나라를 다른 나라에 대립시키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는 "남북 공존은 분명 긍정적 결과일 것이나 북한이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정상화된 적대적 공존이 더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리치 교수는 △동서독의 경우 경제·정치적 환경의 격차가 남북에 비해 작았으며 △영국-아일랜드의 사례도 국가 간 갈등이 아닌 국가 내 갈등이었다는 점 △이스라엘과 이집트 및 요르단 간 관계는 한반도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반도가 남북관계 개선 및 통일의 모델로 삼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관계 정상화 전망은 남북 간 적대감 감소 측면에서 정상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정상화'될 수 있고, 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는 한반도 외부 요인에 부분적으로 좌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