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유엔사 DMZ 관할권' 논란…이번엔 손볼 수 있을까 [한반도 GPS]
지난달 말 국회서 'DMZ 평화적 이용 법안' 연이어 발의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최근 여의도를 중심으로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0년간 분단의 역사 속에서 때로는 냉전 시대의 유물로, 때로는 남북 간 평화의 상징으로 존재해 온 DMZ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지난 6월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성직자인 유흥식 추기경의 DMZ 방문이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유엔사는 추기경 측의 방문 신청이 규정보다 늦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전 세계에서 평화와 통합의 의미를 갖는 추기경의 방문이 신청 기한만을 이유로 제한된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지난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유엔사에 한반도의 정전 체제를 유지하고 DMZ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문제는 유엔사 임무를 규정하는 정전협정은 '군사적 성격'의 합의지만, 유흥식 추기경 불허 때처럼 명백히 '비군사적 상황'일 때도 출입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유엔사에 달려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지난달 말 국회에서는 DMZ 허가권을 조정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습니다. 지난 8월 25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29일에는 이재강 민주당 의원이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것인데요.
두 법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현재 DMZ에 대한 유엔사의 과도한 권한을 완화하는 대신 정부의 재량권을 상대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한정애 의원 법안은 통일부 장관이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DMZ 출입·반입 등을 허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간 유엔사가 쥐고 있던 관할권의 근거였던 정전협정보다 통일부 장관의 결정이 우선시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재강 의원 법안은 이보다는 조금 더 '톤다운'된 분위기입니다. 법안은 DMZ 출·반입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하며,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유엔사 간 대화의 여지를 더 폭넓게 남겨둔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발의된 법안들을 토대로 국회와 입법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평화적 이용'·'비군사적 목적' 등의 문구가 매우 모호한 탓에,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비슷한 법안들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결국 여야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엔사 운영을 미국 정부가 총괄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자칫 한미 간 갈등처럼 보일 우려가 큽니다. 현재 이번 사안을 두고 유엔사 그리고 국회와 소통하고 있는 통일부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 있냐는 신중론도 감지됩니다.
오랜 시간 한반도 관련 국제법을 연구해 온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정전협정이 70년 전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제는 DMZ를 '대북 억제의 공간'으로만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평화와 경제적 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유연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교수는 입법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유엔사 간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화'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DMZ 관련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유엔사가 대북 지원 등을 위한 DMZ 통과를 불허한 데 대해 "정부가 대한민국의 영토를 비군사적,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데 제한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18일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DMZ의 영토 주권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입법 논의에 재차 힘을 실어줬습니다.
국회가 공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정부가 유엔사 그리고 정치권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상'해 내느냐입니다. 70년 분단의 역사와 공존해 온 DMZ가 과연 평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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