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다 개 사료까지…2살 딸 죽이고 '네 탓' 공방 [사건의 재구성]

"돈 없다" 핑계로 음식 안주며 외출…쓰레기 뒤지자 폭행
대법원서 징역 30년 확정…"최소한 도움 요청했더라면"

(뉴스1 DB)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2022년 3월 3일 울산 남구의 한 원룸.

생후 17개월 된 남동생과 홀로 집에 남겨진 두 살배기 A 양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부엌으로 힘겹게 기어갔다. 하지만 냉장고 문을 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계부 B 씨가 귀가해 바닥에 쓰러진 A 양을 발견한 건 같은 날 오후 7시 2분께. 외박 중이던 친모 C 씨도 B 씨의 연락을 받고 10여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병원에 옮겨진 A 양은 영양실조와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당시 A 양의 체중은 8㎏으로, 또래 표준체중인 12.7㎏에 크게 못 미쳤다.

남동생 역시 피부가 쪼그라들 정도로 심하게 마른 모습이었다.

B 씨와 C 씨는 아동학대 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선 두 사람이 아이들을 방치해 온 참혹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원룸으로 이사한 2022년 1월 29일부터 약 한 달간 38차례에 걸쳐 아이들만 집에 남겨둔 채 외출했다. 한 번 집을 비우면 짧게는 2시간, 길게는 25시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C 씨는 A 양에게 직접 밥을 해준 적이 없었고, 계부 B 씨도 하루 한 끼 정도 밥에 라면 국물을 섞어 주거나 우유를 주는 데 그쳤다. A 양이 숨지기 약 2주 전부턴 물조차 주지 않았다.

이들은 A 양이 굶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려고 했다. 외부인이 집에 방문하면 A 양을 방 안에만 뒀고,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았다. A 양은 걷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지만 영유아 건강검진도 받지 못했다.

결국 A 양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반려견 사료와 배변을 손으로 집어 먹었다. 이를 본 B 씨는 사진을 찍어 C 씨에게 보낼 뿐, A 양에게 밥을 주진 않았다.

이후에도 A 양이 먹을 것을 찾으려 쓰레기봉투를 뒤지자, B 씨는 A 양의 볼을 세게 꼬집어 멍이 들게 하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내리쳐 뇌출혈을 일으켰다.

이들은 아이들이 집안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매트리스 앞쪽에 수납용 박스 4개를 쌓아 밖으로 기어 나올 수 없도록 했다. 사망 직전 A 양은 이 박스를 밀어낸 다음 가까스로 냉장고 앞까지 기어갔다.

부검 결과, 숨진 A 양의 위 안엔 고작 당근 조각 1개만 있었다. 국립수사과학원은 "머리 손상 없이도 이 정도의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진술했다.

B 씨와 C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핑계로 댔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매달 35만 원 상당의 아동수당과 A 양의 친부로부터 40만 원가량의 양육비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이 먹을 음식과 담배, 피시방 비용, 반려견 비용 등에만 지출했다.

B 씨와 C 씨는 1심 법정에선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상대방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변명을 내세우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다른 가족이나 행정기관에 최소한의 도움을 정식으로 요청했더라면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범행 죄질이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