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이 6억 된 줄"…가짜 거래소 '투자 리딩방'에 수억 손실[목소리의 덫]

유명 전문가 사칭해 SNS로 접근…가짜 수익률 보여주며 투자 유도
경찰 "SNS 등으로 투자를 유도한다면 반드시 사기 의심"

편집자주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공공기관, 금융회사,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사람들의 불안과 조급함을 파고듭니다. 뉴스1은 울산중부경찰서와 함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범죄 수법의 변화상을 짚고, 시민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방법을 격주로 전합니다.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유명 주식 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주식거래소 사이트로 유인한 뒤, 수익이 난 것처럼 속여 억대의 투자금을 가로채는 '투자 리딩방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수법은 보이스피싱보다 피해 기간이 길고 피해 규모도 막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최근의 범행은 전화를 통해 무작위로 접근하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시민들에게 친숙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문가 행세를 하며 접근해 장기간에 걸쳐 피해 규모를 크게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직장인 A 씨(50대)는 지난 1월 14일 텔레그램에서 유명 주식 전문가를 사칭한 '불법 투자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사기 일당이 주식과 금 투자로 거둔 고수익 인증 사진을 보여주며 현혹하자, 반신반의하던 A 씨는 우선 5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 일당은 가짜 주식거래소 사이트 링크를 보내 A 씨의 접속을 유도했다. 해당 사이트 화면에 자신이 송금한 500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A 씨는 실제 거래소로 착각해 의심을 거뒀고, 곧바로 5000만 원을 추가 이체했다.

이후 사기 일당은 며칠에 걸쳐 A 씨의 원금 1억 원이 4억 5000만 원으로 불어난 것처럼 화면을 조작했다. 이어 "단기간에 수익이 너무 커져 수익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투자를 유도했고, 완전히 속아 넘어간 A 씨는 7900만 원을 더 보냈다.

이 사기극의 실체는 A 씨가 출금을 시도하면서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2월 13일 화면상 투자금이 6억 800만 원까지 불어난 것을 보고 수익금 출금을 요청했으나, 사기 일당은 "세금 문제로 해외 계좌로 이체해야 하니 수수료 1억 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기임을 깨달았으나, 이미 1억 7900만 원의 피해를 본 뒤였다.

경찰은 이러한 '투자 리딩방 사기'가 보이스피싱보다 훨씬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지역 내 리딩방 사기 피해액은 950여억 원(약 300건)으로, 보이스피싱 피해액인 388여억 원(약 60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조직은 가짜 사이트를 치밀하게 구축해 주식이 실제 거래되는 것처럼 조작해 피해자를 완벽히 속인다"며 "이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해 기간이 길고,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을 송금하게 만들어 피해 규모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SNS나 메신저 앱 등을 통해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한다면 반드시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접근한다면 즉시 대화를 중단하고 112나 1394(피싱콜센터)로 신고해 사기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