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는 건 4월까지"…비닐 공장 덮친 원료 수급 포비아
폴리에틸렌 품귀…"포장재 없어 완제품 출하도 막힐 것"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4월까지 원료 수급이 불안정하면 공장이 멈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규모가 작지 않아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2일 울산 북구 소재 비닐 제조업체 '대인'에서 만난 김일환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하며 업계의 불안한 상황을 전했다.
대인은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금속 표면 보호용 필름'과 '수축 필름' 등 각종 산업용 포장 비닐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곳에서 생산된 비닐은 포스코, 풍산, 현대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여러 산업 현장에 납품된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의 공장 가동률은 평소 대비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인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이다.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자,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장의 활기찬 소리도 잦아들었다.
원유를 정제할 때 가장 먼저 추출되는 나프타는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에틸렌으로 변환되고, 이를 중합해 폴리에틸렌을 만든다. 즉, '원유 수입 차질 → 나프타 부족 → 폴리에틸렌 생산 감소 → 비닐(필름)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나프타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메트릭톤당 663달러에서 전날 기준 1241달러로 80% 가까이 폭등했다.
이처럼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내 '원료 배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대기업으로부터 폴리에틸렌을 공급받는 도매업체들이 '대인'과 같은 대형 거래처에 먼저 물량을 공급하고, 소규모 업체들은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인도 비슷한 상황으로 모든 거래처에 납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 주요 거래처에 먼저 필름을 납품하고 있다"며 "일부 소규모 업체들엔 납품이 어려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남아있는 재고를 고려하면 4월까진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5월부턴 우리 공장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장이 멈추면 근로자에게도 큰 영향이 미친다. 현재 대인에서 4조 3교대로 일하는 30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무급 휴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원유가 안 들어오니 석유화학사들이 폴리에틸렌을 생산하지 못하고, 우리는 원료가 없어 포장 필름을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최종 소비재 기업들도 포장재가 없어 완제품 출하를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중동에서 원유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아직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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