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원 과자·음식 외상, 아이들 먹이고 떠난 듯"…울산 일가족 5명 사망

이웃들 "햇빛도 못 본 2살 막내, 너무 안타까워" 눈물
차량 압류 등 생활고…현장서 "아내에게 미안하다" 유서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2026.3.19ⓒ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울주군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께 A 씨(30대) 등 일가족 5명이 살았던 울주군 온산읍의 한 빌라 현관문엔 '폴리스라인'이 참담했던 비극을 알려주고 있었다.

현관문엔 전날 소방 당국이 강제로 문을 개방해 뜯어낸 손잡이와 잠금장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편함엔 부재중을 알리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 2장이 붙어 있었으며,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 17일 자로, 며칠 전부터 인적이 끊겼음을 짐작게 했다.

A 씨 자녀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8)와 6살, 4살, 지난해 겨울 태어난 2살 막내 등 모두 어린아이들이었다.

인근에서 6년째 매장을 운영하는 이웃 B 씨는 "A 씨가 올 때마다 아이들 먹거리를 사 갔고 아이들 차림새도 늘 깔끔했다"면서 "A 씨는 7∼8차례에 걸쳐 아이들 과자와 음식 등을 외상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A 씨가 사망하기 전 17만 원어치 음식과 과자를 외상으로 가져갔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떠난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더 챙겨줄 걸 그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이웃 C 씨는 "몇 달 전 A 씨가 타고 다니던 외제차를 누군가가 강제로 가져갔다.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 보였다"며 "며칠 전에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이 왔었다. 여자 고함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C 씨는 또 "막내가 집 밖으로 나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태양도 못 보고 저세상으로 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우편함에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있다. 지난 18일 빌라의 한 방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2026.3.19ⓒ 뉴스1 박정현 기자

온산읍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었으며, 매달 아동 수당과 부모 급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 씨는 무직 상태에서 홀로 네 아이를 돌봐왔다.

센터 관계자는 "이 가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로 지정돼 행정복지센터가 방문 상담을 진행했다"며 "방문 당시 A 씨가 '아내가 지난해 12월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 씨에게 차상위계층과 한부모 가정 등 사회 복지 제도에 대해 안내했지만, 그가 '모아둔 생필품도 있고 생활하기 괜찮다'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도 후원 물품인 쌀과 라면 등을 직접 전달하며 안부를 살피고, 유선으로도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A 씨 가족 등 5명은 지난 18일 오후 4시 48분께 이 빌라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16일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족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가 사흘간 등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신고로 발견됐으며, 집 내부에선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A 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을 밝히기 위해 이날 부검을 신청하며, A 씨 유족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19일 오전 9시께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 현관문의 잠금장치와 손잡이가 뜯겨있다. 지난 18일 이곳 안에서 30대 남성과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2026.3.19ⓒ 뉴스1 박정현 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