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울산 아파트 철거하는데…'보상 불만' 주민들 이사 난항

27㎝ 기울어져 '대피 명령'…남은 6세대 중 1세대 곧 이사

25일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 모습. 지난 2023년 정밀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2026.2.25.ⓒ 뉴스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붕괴 위험이 제기된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가 최근 지자체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경제 사정을 이유로 이사를 주저하고 있다.

26일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방어진국민아파트 거주민들에게 '긴급조치 행정명령 촉구' 공문을 최근까지 16차례 보내며 대피 명령을 내렸다.

1984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반 침하와 구조부 약화 등으로 3년 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건물 사용을 즉각 금지하고 보수·보강 혹은 개축해야 하는 수준이다.

동구가 아파트 외벽에 설치한 계측관리 장비로 건물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최대 27.6㎝까지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는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임대주택 물량을 확보하고, 재난관리기금을 들여 융자금과 150만 원 한도의 이사비를 지원해 왔다.

전체 50세대 가운데 44세대는 이주를 마쳤지만, 나머지 6세대 13명이 여전히 남아 생활하고 있는 상태다.

대피하지 않으면 '재난안전법 시행령' 과태료 부과 규정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아파트가 사유재산인 데다 이사할 곳이 없는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뉴스1과 만난 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사고 위험으로 인한 이주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주 지원책에 대해선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25일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 담장에 균열이 생긴 모습. 지난 2023년 정밀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2026.2.25.ⓒ 뉴스1 김세은 기자

오는 27일 이사한다는 주민 A 씨는 "LH에서 제공하는 임시 거처도 둘러봤지만 이사해서 살기엔 불편할 것 같아 다른 집을 구해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살면서 큰 불편은 없었는데 구청에선 '붕괴 위험지역이라 대피 안 하면 과태료 부과한다'고 말하니 괜히 잠자리도 뒤숭숭해져서 이사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고령층 주민의 경우 이주한 뒤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가 부담되는 실정이다. '위험해도 계속 살겠다'며 이주를 거부하는 주민도 있었다.

최 모 씨(70·남)는 "전셋돈도 없어서 월세로 나가려니까 부담이 된다"며 "나이 70에 어디서 돈을 빌려주겠냐. 평생 벌어 마련한 내 집을 버리고 나가라 하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위험하니까 나가라'는 말은 생명만 책임지지 재산은 책임 안 지겠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며 "LH에서도 가장 작은 평수를 제시해서 기존 살림살이를 버리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구는 전국적으로 노후 아파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당 아파트 사례가 하나의 관례처럼 될 수 있어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동구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해당 아파트를 매입하고 철거한 뒤, 그 부지에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동구는 이 사업에 132억 2500만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주민 커뮤니티 시설인 '방어진 마루'와 마을 쉼터, 공영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안전 위험이 큰 만큼 남은 세대에 대해선 최대한 설득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올해 중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 하단부 콘크리트가 무너진 모습. 지난 2023년 정밀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2026.2.25.ⓒ 뉴스1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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