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삼호교 붕괴 4개월째 '방치'…길막힌 울산 주민들 분노
"지자체 간 '예산·관할' 책임 떠넘기기 속에 주민 안전 뒷전"
주민 200명 서명 중구청 전달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최초의 근대식 교량인 '구 삼호교'가 폭우로 주저앉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행정 당국의 무관심 속에 주민들의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남구 삼호동과 중구 다운동을 잇는 보행로가 끊기면서, 주민들은 보도가 없는 차도 전용 교량(삼호교)을 위태롭게 건너는 상황이다.
삼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안전한 통로 확보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18일 삼호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구 삼호교가 무너지면서 다운 시장을 가는 길과 출퇴근길, 산책로가 모두 모두 막혔다"면서 "주민들은 보도가 없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삼호교를 건너야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동안 주민들은 행정 당국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했지만, 4개월 동안 변한 것이 없었다"며 "관련 지자체는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붕괴한 구 삼호교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복구 문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도 "문화재 복원 논의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주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임시 통행로 확보"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은 "중구청에 확인한 결과, 무너진 구 삼호교는 현재 문화재청과 복구 협의 중이고 실시설계 예산을 요청한 상태지만, 승인이나 진행 시점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구청이 대안으로 기존 교량 바깥쪽에 인도용 데크를 설치하는 방안을 수립해 울산시에 예산을 요청했으나 시가 이를 거절했다"며 "울산시는 구 삼호교가 중구청 소관인 데다, 예산 요청을 하려면 먼저 안전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 반영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남구 삼호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김부임 씨(68)는 "남구와 중구를 잇던 다리가 끊기면서 5일장이 열리는 다운 시장에 가려면 15분 이상을 멀리 돌아가야 한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이 거리를 우회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할 돈이 있다면 주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다리부터 제대로 챙겨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고미영 씨(48)는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고 씨는 "구 삼호교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삼호동을 잇는 주요 보행로이자 아이들의 통학로였다"며 "아이들이 인도가 없는 차도 전용 교량을 위태롭게 건너는 등 안전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이날 지난달 한 달 동안 모은 주민 200명의 '보행 데크 설치 요구 서명'를 중구청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예산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삼호교는 일제 강점기인 1924년 5월 지어진 울산 최초의 근대식 철근콘크리트조 교량이다. 2004년 9월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다리는 지난 7월 폭우로 인해 상판 일부가 무너졌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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