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서 아버지 잃은 '세월호 수습 군인'…유족 대표로 나선다
'7명 사망' 붕괴참사 희생자 유족 대표 인터뷰
"누가 봐도 위험…업체들 사고 경위 설명 회피"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누가 보더라도 위험했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 없었을 상태였는데 아버지가 왜 거기에…"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표 A 씨는 1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난 6일 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그 안에 있던 작업자 7명이 철골 더미 속에 묻혔다. A 씨의 아버지도 그곳에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한 A 씨는 수천톤 규모의 중량물이 기둥 4개에만 의존해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무너진 5호기 잔해 양옆에 서 있던 4·6호기였다.
A 씨는 아버지가 위험천만한 구조물 위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이 일을 시작한지도 몰랐고 평소 기술에 능숙한 사람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2014년 군 복무 당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수습 작업을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에도 금방 구조할 수 있는 사고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못 한 채 일주일 동안 대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아버지를 하루빨리 찾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사고 발생 약 200시간 만인 지난 14일 밤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왜 이렇게 무리한 작업이 이뤄졌는지, 위험을 알고 공사를 계획했는지.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구조 작업 당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던 4·6호기를 발파하기로 결정하자, 돌연 업체 측에서 "4호기 상태가 너무 불안정적이어서 발파 작업을 못 한다"고 했다고 한다.
A 씨는 "무리하게 취약화 작업을 해서 불안정한 상태를 만든 건 업체 측인데, 5호기가 붕괴하고 나서야 발파 작업도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격분했다.
사고 발생 후 업체들의 무책임한 대응도 유족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의 발주처는 한국동서발전, 시공사는 HJ중공업, 하도급업체는 코리아카코다.
이들 업체는 사고 경위를 묻는 유족들에게 '저희는 하도급 계약이어서 이번 사고와 무관하고 시공사와 협력사에 물어보라', '작업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고 불가항력적 사고였다', '구조활동이 먼저여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은 HJ중공업 측에서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합의서를 제출해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해당 합의서에는 발주처인 동서발전은 빠져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사고 경위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진행된 사과에 대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족 협의체는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즉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협의체 대표를 맡은 A 씨는 "단 한 가족이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가족 모두 마지막까지 함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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