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 창고극장' '미아리 점성촌' 서울 미래유산 후보됐다

서울시, 시민제안 '미래유산 1000선' 본격 조사·검증 추진

'서울시 미래유산 1000선' 후보로 시민과 관련단체가 접수한 보존대상들. © News1

#1. 1975년 개관한 '삼일로 창고극장'은 여러차례 폐관 위기를 딛고 명맥을 이어온 한국 소극장 문화의 산실이다. 유명 연극배우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 극작가 오태석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 모두 이곳에서 시도됐다.'에저또 창고극장' '떼아트르 추' '명동 창고극장'으로 이름이 여러차례 바뀌면서도 상업자본에 대학로 소극장마저 하나둘 사라지는 지금에도 소극장 본연의 역할을 어렵사리 유지하고 있다.

#2. '신내동 구 망우터널'은 일제시대 건설된 서울에서 보기 힘든 철로전용 터널이다. 2005년 중앙선이 복선전철화하면서 폐선됐다. 일제시대 건설된 중앙선의 터널 가운데 '망우터널'은 유일하게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철로 산업의 유산으로서 역사적 희소성을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와 구리시 간 경계에 위치한 폭 4.5m, 높이 3.5m, 길이 약 300m의 망우터널은 현재 범죄예방을 위해 벽돌로 양쪽 입구가 막혀 사용이 중단돼 있다.

서울시는 6~8월 미래유산 공모전을 통해 시민과 자치구, 관련단체 등으로부터 접수받은 1126건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조사와 선정작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접수된 미래유산은 시민 162건, 종교단체·국민신탁운동단체·기념사업회 등 관련단체 233건, 25개 자치구 292건, 서울시 건축·한옥 관련부서 303건, 2004년 조사된 시 유산 89건, 기타 47건으로 189건은 중복된다.

제안된 보존대상에는 '삼일로 창고극장' '신내동 구 망우터널' 외에도 '대오서점', '이명래 고약 공장' '미아리점성촌' '구 신민당사 터' '낙원악기상가' '삼풍백화점 붕괴장소' '성내동 쭈꾸미거리' 등이 포함됐다.

'이명래 고약 공장'은 변변한 의약품이 없던 1970년대 최고의 명약으로 대접받던 종기치료제인 고약을 만들었던 공장으로, '이명래 고약'은 사람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한 국내 최초 상표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직후 주인 부부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누하동 대오서점'은 60년 역사를 뒤로한 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오래된 하늘색 미닫이문과 빛바랜 간판으로 세월을 간직한 대오서점은 남편을 먼저 보낸 주인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 동선동의 '미아리 점성촌'은 점집이 한데 몰려 있는 국내 최대의 점성촌으로 미아리고개 양 옆에 있어 '미아리 점집'으로도 불린다. 한국전쟁 이전에 종로3가에 집단 거주하던 맹인 점술가들이 남산 주변정비로 흩어졌다가 이곳에 다시 정착하면서 생겼다.

시는 이들 접수된 미래유산 외에도 역사박물관이 수집한 시민 일상생활 자료 1000여 건도 보존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제안된 미래유산은 예비 목록화와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5개 분과위 1차심사→서울연구원 전문조사원 검증조사→위원회 최종심사를 거친 후 내년 9월 '서울 속 미래유산 1000선' 보존대상 최종 목록으로 확정된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는 근현대의 역사·문화적 유산과 일상 자료들은 당시의 시대상황과 상징을 담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를 수집하고 발굴해 문화공간과 광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아울러 5일 오전 11시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미래유산 선정을 위한 심사·자문 기구인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위촉식을 갖고 제 1차 회의를 개최한다.

미래유산보존위원회는 박원순 시장과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이 공동위원자을 맡고 문화·역사·산업·노동·주거·교육·건축·도시계획 등 각 분야 외부전문가와 시민대표, 관련단체 추천자 등 57명으로 구성된다.

pt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