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1주기 추모식..."아들아 아들아 보고 싶다"
27일은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1주기 추모식이 이날 오전 10시 복구가 끝난 서초구 우면산 자락에서 열렸다.
1년 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퍼붓던 비 대신 이날은 강렬한 햇빛과 무더위가 추모식장을 달구었다.
유가족들을 비롯해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및 서초구 공무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추모식은 조촐했다.
자그마한 단상 위에 덧없이 세상과 이별한 15명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눈물도 메마른 탓일까. 유가족들은 무표정했고 가슴은 텅 비어있는 듯 했다.
추모식은 세상에 남은 가족들이 고인을 생각하며 쓴 글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고(故) 김형남씨의 아내 김일영씨는 "날이 갈수록 그렇게 가신 우리신랑, 가슴이 미어지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옆에 있는듯 매일 대화를 합니다. 혼자 메아리만 들려오지만 오늘도 '자기야 오늘은 이렇고 저랬어'라며 잠이듭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고 이숙재씨의 사위 지석진씨는 "(1년전) 그날을 되돌릴수만 있다면...모든 걸 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내리는 날이면 미어진 가슴 아파만 옵니다"라고 흐느꼈다.
유가족 이혜경씨는 무너진 벽돌과 (우면산에서) 떠내려온 나무와 토사에 묻혀 숨진 아버지 고 이응규씨의 참혹했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기억했다.
1년전 산사태로 35살된 듬직한 아들을 잃은 임방춘씨는 이날 유가족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임씨는 "어이없는 참사로 사라진 맑은 영혼들 앞에서 무릎꿇고 용서를 비는 반성과 참회의 고백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운을 뗀 뒤 "우면산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결론 내린 서울시의 최종 보고서는 은폐, 조작, 왜곡된 부실덩어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원인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 사고조사 TF팀 회의록'과 "최종보고서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외부자문위원들의 자문의견을 공개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박원순 시장도 추모사에서 "우면산 산사태는 우리 사회 전체의 큰 충격이었고 서울 시민 모두가 비탄에 빠진 사건이었다"면서 "서울시는 이 아픔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유가족 대표의 말처럼 원인분석과 복구에 많은 의문과 문제제기를 적극 반영해 공정하고 명확한 재조사가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도 다짐했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추모식장은 유가족들의 헌화분향 때 눈물바다로 변해 버렸다.
고 박준규 군의 어머니는 "아들아, 아들아 왜 엄마를 울게 만들어. 보고싶어 어떻게"라고 울부짖으며 절규했고 여기저기서 참았던 유가족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고 이순예씨의 유가족은 위패를 감싸안은 채 한참동안을 서 있었다. 어깨만 들썩일 뿐 애써 참는 울음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함민정씨는 지난 사고 때 어머니 고 김승자씨를 잃었다.
함씨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은 지난 1년이 너무 외로웠다고 회고했다. 책임자 처벌은 물론 사과하는 사람 하나 없어 울분이 터진다고도 했다.
함씨는 "애완견 학대에 퍼포먼스까지 벌이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된 우면산 산사태는 외면하더라"면서 "사람 목숨이 애완견 보다 못한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함씨는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머리를 직접 깎아주셨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머리를 깎지 않으신다"며 아내를 잃고 충격에 빠진 부친의 근황을 전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추도식에서 1년 전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1차 사고조사보고서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우면산 산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한 추도식이었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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