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파업 부른 버스 적자…준공영제 한계 드러냈다
2004년 도입 이후 적자 누적…개편 필요성 재점화
"사모펀드 유입에 공공성 후퇴"…"민영·공공 분리도"
- 이비슬 기자,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구진욱 기자 = 서울 시내버스의 역대 최장 파업 사태를 계기로 버스 준공영제 개편 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정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는 가운데 적자 보전 구조와 운영 책임 문제를 포함한 준공영제 운영의 세부 장치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연초 발생한 시내버스 파업 사태를 계기로 준공영제의 구조적 한계 및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시가 노선 조정권을 얻는 대신 버스업체에 운행거리에 비례한 운송원가를 지급해 이윤을 보장하는 운영 방식이다.
총비용이 총수입을 초과해 적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자체가 재정을 지원한다. 이명박 시장 체제인 지난 2004년 7월 도입했다.
기존 민영제에서는 시가 노선 폐지, 감차와 같이 사업자에게 불리한 명령을 할 수 없어 수익성이 낮은 노선 운행 품질 저하와 같은 문제가 누적되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편한 조치였다.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시가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로 인해 버스 업체들의 비용 통제 장치가 약화하면서 원가 절감 노력을 유도하지 못하고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왔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재정 적자는 △2022년 8465억 원 △2023년 7303억 원 △2024년 4976억 원 △2025년 5127억 원 △2026년 5864억 원(이하 2025·2026년은 전망치 반영) 수준이다.
올해 재정 지원 예산이 부족해 발생한 서울 시내버스 관련 부채(1조 1350억 원)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2022년부터 5년간 발생한 총부채는 4조 5298억 원에 달한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임금 협상은 형식상 사측과 노조 간 교섭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가 곧바로 시 재정 부담으로 귀결되는 구조를 안고 있다. 사측은 사실상 노조 요구를 수용할 권한이 없고 시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직접 나서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
노조가 버스 전체를 멈춰 세우는 파업을 사실상 유일한 협상 수단으로 반복해 온 배경으로 지목된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서울 버스 파업은 2004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역대 최장 기록으로 남게 됐다.
민간 자본이 준공영제인 버스 회사들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하면서 시민 세금이 사모펀드에 흘러 들어가는 문제도 준공영제 개편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 실제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동아운수 등 6개 버스 회사가 자산운용사에 인수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동아운수의 자산운용사인 차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서울·인천 등에 진입해 지난해 기준 20개 사 버스 약 2000대를 보유하고 있다.
황지욱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버스준공영제 도입 당시의 긍정적인 효과가 20년이 지나는 동안 희석됐다"며 "특히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는 사모펀드 유입으로 수익성이 낮은 노선 축소 등으로 공공성이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준공영제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버스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편이 노선 변경이나 경쟁사 도입으로 이어질 경우 기존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의 수익성과 운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행 준공영제를 완전 공영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초기 투자 비용으로 노선권·차량·차고지 등 인수에만 최소 2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과 운영비 등으로도 연간 50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 지난 5년간 평균 시내버스 재정지원 예산액은 약 5821억 원 수준이었다.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준공영제 운영의 디테일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완전 민영제도 공영제도 아닌 '하이브리드' 방식을 유지하되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여권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노선 특성과 수요에 따라 민영제와 공영제를 구분하는 이원화 모델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익 노선은 민영화, 적자 노선은 공공이 운영해 필요한 곳에 재정 투입을 집중하겠다는 방법이다.
임상진 전 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심하게 적자가 나는 하위 노선 10%가량을 서울시가 매입한 뒤 최저보조금 입찰 방식으로 운영하는 부분적 개편이 현실적 방안"이라며 "순수 민영제는 노선별 무한 경쟁을, 순수 공영제는 막대한 재정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정의 투명한 운영을 강화하고 공공 재원을 사적 이익으로 전환할 여지를 차단하는 방식의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 교수는 "지금처럼 적자를 그대로 메워주는 구조를 유지하면 재정지원이 자동화되고 책임이 흐려지므로 지원에 상한을 두고 노·사·서울시가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세금이 투입된 재원이 (사모펀드) 배당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준공영제로 인한 재정 부담이 계속해서 누적된 결과는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간 버스 업계에 적자 압력이 쌓여온 만큼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버스사업조합에 따르면 2004년 이후 2~3년 단위로 인상됐던 버스 요금은 2015년 1200원으로 인상 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8년간 조정되지 않다가 2023년에서야 1500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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