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1·3호터널 통행료 2000원 유지…환경단체 "'후퇴'한 결정"

서울시, 외곽방향 통행료 폐지…15일부터
환경단체 "통행료 올리고 징수 구간 확대해야" 주장

서울시가 이달 1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혼잡통행료를 도심 방향으로만 2천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곽(강남)방향으로 나가는 차량에는 징수하지 않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 1호 터널 요금소로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2024.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오현주 기자 = 서울 남산 1·3호 터널의 외곽방향(강남방향) 혼잡통행료가 27년 2개월만에 폐지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 결정이 오히려 '후퇴'한 것과 같다며 혼잡통행료를 올리고 징수 구간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1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 및 연결도로에 부과해 온 혼잡통행료를 도심방향으로만 2000원 징수한다. 외곽방향은 폐지한다.

남산 혼잡통행료는 1996년 11월11일부터 올해까지 27년 2개월간 이어진 제도다. 그간의 물가상승을 고려했을 때 2000원의 요금 수준으로는 부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과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외곽방향 진출 차량까지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시는 지난해 3월17일부터 5월16일까지 2개월 간 남산 혼잡통행료 징수 일시정지 실험을 추진했다. 단계별 징수 일시정지 과정을 통해 방향별, 지역별로 교통 소통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는 한편 교통량 분석도 실시했다.

그 결과 첫 1개월간 외곽방향으로 나가는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면제했을 때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약 5.2% 늘어났다. 그러나 터널과 직접 연결된 도로에서는 5~8% 수준의 속도 감소가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터널 주변 지역 도로들에서 전반적으로 큰 혼잡이 없었다.

반면 이후 1개월간 양방향을 모두 면제했을 때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12.9% 증가했다. 소공로와 삼일대로, 을지로 등 도심 주요 도로들의 통행속도도 최대 13%까지 현저하게 떨어졌다.

서울시는 이같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도심방향 진입 차량은 도심지역 혼잡을 가중하는 반면 외곽방향 진출 차량은 상대적으로 혼잡이 덜한 외곽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한다.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요금인상·징수구간 확대를 주장한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오히려 후퇴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혼잡통행료의 목적 자체가 운전자에게 통행료의 부담을 줘 자동차 이용을 줄이게 하는 것"이라며 "당초 양방향에서 모두 징수하던 것을 일방향에서만 징수하는 서울시의 결정으로 (제도의 목적 자체가) 후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 측은 27년 2개월 동안 유지된 2000원의 혼잡통행료 역시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6년 기준 2000원과 2024년 기준 2000원은 너무나도 다른 수준"이라며 "이미 2014년 서울연구원 연구 보고서에서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는 8000원이 적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합 측은 기후 위기 등을 고려해 혼잡통행료 징수 구간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의 기후 위기 시대에서는 1996년보다 도로들이 많이 생겼기에 남산 1·3호 터널처럼 '선' 단위가 아닌 영국 런던처럼 넓은 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혼잡 통행료 징수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남에서 종로로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며 2000원씩, 하루 4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내왔다는 A씨는 "도심으로 진입할 때 내는 것은 통행료는 납득이 됐지만,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져나올 때 내는 통행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통행료라면 혼잡 정도가 덜한 외곽방향은 징수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남산 터널 외 시내 다른 터널에서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 외 강남, 여의도 등에서도 통행료를 걷을지 판단하는 건 중장기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다만 징수를 할지 말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강제적 징수 느낌을 줄 수 있는 '혼잡통행료'의 명칭을 '기후동행 부담금' 등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