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이 돌아왔다"…50년전 뼈대 살려 최신복합공간으로

스포츠·문화·마이스 아우르는 공간…안전 위해 최신 파이프트러스 공법 적용
한국 근현대사와 질곡을 함께 한 장충체육관, 미래로 나간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장을 앞둔 서울 장충체육관이 15일 공개했다. 2015.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이 2년8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17일 다시 문을 연다.

개장을 이틀 앞둔 15일 장충체육관은 새단장으로 깔끔해진 농구 코트에서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연습 경기가 한창이었다.

은희석 연세대 농구부 감독은 "리모델링 전에는 어둡고 낙후된 분위기에, 지형 때문인지 코트가 살짝 기운 느낌이 있었다"며 "이제 코트 수준은 물론 조명·음향·관람석·모니터 등 전국 각지 실내체육관 중 단연 최고다. 체육인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돔 실내체육관으로 1963년 문을 연 장충체육관은 한국 근현대사와 질곡을 함께 한 공간이다.

지금처럼 문화 콘텐츠가 많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네 여기는 장충체육관입니다"는 연결 멘트와 함께 하루의 피로를 씻었다고 한다. 개관 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박치기왕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 복싱 챔피언 김기수 선수의 타이틀 방어전 등이 시대를 풍미했다.

체육행사는 물론 '체육관 선거'라는 오명을 남긴 12대 대통령(전두환) 선거, 11대 대통령(박정희) 취임식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급격한 시설 노후화로 근본적인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2012년5월 건물 형태를 유지해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는 대신 내부를 뜯어고치는 공사에 착수했다. 시설을 헐고 새로 짓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초 돔 체육관의 형태를 남기로 했다.

원래 지하1층~지상3층, 연면적 8385㎡ 규모였던 장충체육관은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2층~지상3층, 연면적 1만1429㎡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바닥길이가 36m에서 46m로 늘어 모든 실내 구기종목 경기가 가능해졌고 외벽 흡음시설과 최첨단 음향, 조명, 컬러 전광판, 방송중계 설비를 갖춰 뮤지컬·콘서트 같은 각종 문화공연도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20일 대관 예약이 찼다. 이곳을 홈 구장으로 이용하는 GS칼텍스 프로배구단 경기를 비롯해 뮤지컬·아이스쇼·세계지식포럼·북콘서트·국제뷰티엑스포 등이 예정돼 있다.

관람객 편의와 안전을 위한 시설도 대폭 보강됐다. 전 보다 8㎝ 넓어진 좌석은 총 4507석으로 1층 경기장과 맞닿은 의자는 수납식이라 핸드볼 처럼 넓게 경기장을 쓸 때는 접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관람객이 4000명 안팎인 배구·농구 경기와 1만석이 넘는 잠실실내체육관이 부담스러운 중소규모 공연에 최적이다. 서울시는 장충체육관을 체육·문화 행사는 물론, 국제회의 등 복합공간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외향은 전통미를 살린 곡선 디자인에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적 기술공법인 파이프트러스(Truss) 구조로 돔 지붕을 세웠다.

체육관 안팎은 번쩍 번쩍하지만 50년전 골조는 그대로 살린 것이다. 곳곳 역사갤러리를 만들어 장충체육관의 역사적 가치를 둘러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전시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 오성규 이사장은 "장충체육관이 50년 넘는 오랜 역사 만큼 많은 이벤트와 역사적 기록을 공간에 담고 있어 건물의 큰 뼈대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장충체육관 재개장으로 바로 앞 장충동 족발거리 등 주변 상권의 기대도 크다. 서울시가 1년반을 목표했던 리모델링 공사는 1년 넘게 늦어 2년8개월이 걸려 주변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주차문제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4507명을 수용하는 장충체육관의 주차구획은 전보다 16면 줄어 63면이다. 골조를 유지하면서 경기장 규모는 키운 탓에 지하주차장을 만들 수 없었다. 이마저 2면은 버스, 2면은 장애인으로 배정돼 행사 관계자 등을 제외한 일반인 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체육관으로 곧장 통하는 통로를 새로 만들었다. 17일 '장충의 부활'을 테마로 열릴 개장식에 박원순 시장도 지하철을 타고 참석할 예정이다.

오 이사장은 "교통 여건이 좋은 도심권에 입지해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한다"며 "부득불 주차가 필요한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근 동국대와 자유총연맹, 앰배서더호텔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단장을 한 장충체육관 내부. 2015.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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