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소각장 씁쓸한 패소…'민원에 눌린 불신행정' 표본
소각장 이전·설치 협력 약속 어긴 청주시
업체, 신뢰 저버린 시 상대 지루한 소송전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의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관련 패소가 끝없는 주민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불신행정의 폐해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 13일 폐기물소각업체 서원환경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제안 거부처분 취소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청주시가 신뢰의 원칙을 어겨 후기리에 하루 165톤 처리용량의 소각시설 건립에 필요한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 제안을 거부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애초 이 업체의 원래 사업장은 오창산업단지에 있는 옥산면 남촌리였다. 이곳은 옛 폐기물처리시설촉진법에 따라 오창산단 조성 때부터 '폐기물처리시설(소각로, 매립장)' 용지로 지정된 곳이다.
산업단지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폐기물처리시설 용지는 도시관리계획 결정 없이 지방환경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적합 통보와 폐기물처리업 허가, 자치단체 건축허가만 있으면 소각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다.
업체는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남촌리 폐기물시설 용지를 사들여 2005년 7월 소유권 등기를 마쳤다. 이어 2004년 6월 행정구역 통합 전인 옛 청원군으로부터 소각시설, 매립장, 분쇄시설, 퇴비화시설에 대한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받았다.
이 중 매립장(면적 14만 7000㎡)은 2006년 7월 허가를 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소각시설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 마무리했다.
업체는 2006년부터 이곳에 10년 이상 쓸 수 있는 매립장을 운영하면서 도시관리계획 결정도 필요 없는 하루 165톤 처리용량의 소각장 설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장에서 1㎞ 떨어진 오창과학산업단지 아파트 입주민 민원이 터졌다. 폐기물처리시설 용지 근방에 주거 단지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민원이 극심하자 결국 청주시는 업체에 폐기물처리시설 이전을 청원했다.
해당 업체는 이를 수용했고 그래서 2015년 3월 26일 이승훈 전 시장과 이 업체 전신인 이에스청원 회장이 서명한 '오창지역 환경개선 업무협약'이 나온 것이다. 이 협약은 청주시가 폐기물처리 시설 이전·설치에 적극 협조하고, 업체는 다른 곳으로 사업장을 옮긴다는 내용이다.
업체는 이전 대상지를 물색해 민원이 제기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6.5㎞ 떨어진 오창읍 후기리를 후보지로 정했다. 2014년 10월 당시 사업 대상지 반경 1㎞ 주민(97명)은 이를 대부분 동의했고 인근 가좌1리, 가좌2리, 가좌3리, 두릉리까지 동의를 얻어냈다.
이에 업체는 2015년 6월 후기리 산47-1을 이전 대상지로 확정했다는 공문을 시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남촌리에서 운영했던 매립장은 잔여 용량(약 120만㎥)을 포기하고 복토 후 공터로 조성했고, 소각시설 등 나머지 사업계획도 철회했다.
이후 청주시는 2015년 9월 해당 용지에서의 소각시설 설치를 승인하는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했다. 문제는 소각시설 대상지 일부가 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 용지와 겹치는 변수였다.
하지만 2015년 12월 열린 청주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개발사업이 진행 중으로 사업자 간 협의를 거쳐 구역 조정 후 입안이 가능하다"라고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을 조건부 수용했다.
이 같은 심의 결과로 업체는 중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초 소각시설 설치 용지에서 105m 떨어진 곳을 매수했다. 업체는 이어 2020년 3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후기리 소각시설 사업계획 적합 통보를 받았다.
이곳에 들어설 130만㎥ 규모의 매립장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청주시에서 2018년 6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하면서 2020년 1월부터 운영할 수 있었다.
이제 남촌리에서 필요 없었던 소각시설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남아 2020년 12월 시에 입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2021년 2월 파분쇄시설, 소각시설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을 거부했다.
후기리 역시 불가하다며 오창읍 이장단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발전위원회, 아파트 입주민 등이 '오창소각장반대대책위'를 구성해 대대적인 반대 민원을 제기해서다. 소각장 이전·설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던 청주시가 민원에 눌려 돌변했다.
청주시를 믿고 남촌리 기존 사업장을 폐쇄하고, 대체 용지를 사들여 사업계획 적합 통보까지 받아낸 해당 업체의 2015년부터 6년간의 배려와 노력이 배신을 당한 것이다.
신뢰의 원칙을 저버린 청주시에 업체는 결국 2021년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5년에 걸친 법정 공방으로 불신·부당한 행정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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