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해외에 답 있다더니…국외연수 포기하는 충북 시군의회

개원 한달도 안돼 약속이나 한 듯 3분의 1 '해외연수 포기'
외유성 출장에 칼 뺀 정부…주민보다 정부 눈치보기 지적

(충북=뉴스1) 손도언 기자 = 충북의 시군의회가 갑자기 변했다.

그동안 주민들이 지적하든 말든 눈치 보지 않고 해외 연수를 강행했던 시군의회가 올해는 스스로 해외 연수비를 반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에 답이 있다"며 무작정 유럽 등 해외로 떠났던 시군의회가 올해는 "국내 연수로도 충분하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특히 지역 경기침체로 자치단체마다 긴축재정에 들어갈 때 자신들의 해외 연수비만큼은 포기하지 않던 지방의회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젠 가지 않겠다고 한다. 정신을 차린 것일까.

23일 현재 충북 11개 시군 중 4곳의 의회, 즉 3분의 1이 '해외 연수 포기'를 선언했다. 개원한지 한 달도 안 된 10대 의회가 약속이나 한 듯 너도나도 해외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뉴스1 취재 결과 제천시의회는 전날 올해 해외 연수 비용 5200만 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시의회 12명의 의원은 전체 회의를 열고 "해외 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합의한 뒤 연수 비용을 반납했다. 시의회는 다만 국내 연수 비용 1400만 원을 책정했다. 해외 연수 대신 국내에서 연수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보은군의회도 올해 공무 국외 연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군의원들은 군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 있는 의정 운영을 실천하고 예산 절감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군의회는 오는 9월 4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3880만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옥천군의회도 올해 마음이 변했다. 군의회는 이달 초 단체 국외 연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안효익 옥천군의장은 "국외 연수에 대해 군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전반기 국외연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동군의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민의힘 소속 영동지역 도·군의원 7명은 최근 의회의 공적 업무를 제외한 국외 연수에 참여하지 않고 관련 여비를 민생지원금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충북 11개 시군의회 중에서 4개 의회가 스스로 해외 연수비를 반납하면서 나머지 7개 의회도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유성 출장에 칼을 빼든 정부 '눈치 보기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위법한 공무 국외 출장을 다녀온 지방의원의 해외 출장비를 다음 연도 예산에서 전액 삭감하는 기준을 처음 마련했다. 공무 국외 출장의 책임성을 높이고 외유성 출장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위법한 공무 국외 출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처리 기준'(행정안전부 예규 제368호)이 지난달 19일 제정돼 이달 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제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공무 국외 출장 실태조사에서 예산 집행 부실 사례가 확인되면서 추진됐다.

이처럼 시군의회가 겉으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해외여행을 자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정부의 페널티'를 의식한 눈치보기 의정활동이라는 분석이다.

10대 시군 의회가 개원한 지 한 달도 채 안 됐다. 의회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좀 더 주민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의회활동을 펼치길 기대해 본다.

손도언 기자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