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훔친 필통값입니다"…청주시 드림박스에 담긴 양심 편지
이마트 청주점 기부함에 손편지와 현금 25만 원 놓고 가
이마트 측, 기부금 청주시에 전달해 어려운 이웃 지원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어린 시절 철이 없어 필통과 필기구를 몰래 가져간 적이 있습니다. 이제야 용기 내어 사죄드립니다.
필기구 등을 훔친 철 없던 행동이 가슴에 남아 20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제값을 치르겠다는 마음이 충북 청주시에서 운영하는 '드림박스'에 날아들었다.
9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달 초 이마트 청주점에 설치한 드림박스에 손 편지 한 통과 현금 25만 원이 담겼다.
20년 전 이마트를 찾았다고 한 그는 편지에서 '이마트 사장님, 꼭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로 운을 뗐다.
그는 '철부지 어린 시절 호기심과 짓궂은 장남 삼아 이마트에서 필통과 필기구들을 값을 지불하지 않고 가져간 적이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후회를 하며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자책했다.
이어 '반성과 사죄의 의미로 이제서야 방문해 늦게나마 그때 내지 못했던 필통 값을 지불하고자 하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말미에는 '앞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편지 내용으로 미뤄 이마트 고객이었던 글쓴이는 20년 전 문구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회한에 이제라도 값을 치르고 용서를 구하겠다는 진솔한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청주점 관계자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잘못을 잊지 않고 바로잡으려는 한 사람의 성숙한 용기와 양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했다.
이마트 측은 양심 편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양심 고백 그대로를 청주시에 전달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게 할 예정이다.
청주시는 2024년 7월 지역 대형유통매장에 각종 물품을 기부할 수 있는 '드림박스'를 설치했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이곳에 기부하면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을 거쳐 저소득가정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 익명의 기부자는 올해 2월 이마트 청주점 드림박스에 275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3월에는 75만 원 상당을 추가로 기부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K 재외동포 중국 조선족 삼촌이라고 밝힌 그는 '소중한 아이들의 든든한 밥상 차림에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메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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