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전설의 악기' 재현한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

세계 정상에게 준 신라 국보 '만파식적' 제작
이재명 대통령과 만파식적…APEC 뒷 이야기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가 전설의 국악기인 만파식적 대금을 살펴보고 있다.2026.1.27 ⓒNews1 /뉴스1 손도언 기자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가 전설의 국악기인 만파식적 대금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2026.1.27 ⓒNews1 /뉴스1 손도언 기자

(경주·청주=뉴스1) 손도언 기자 = "정부가 경주 APEC 당시, 세계 각국에 건넨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 선물은 신의 한 수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 당시 만파식적을 설명하면서 아태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는 각국 정상들에게 만파식적이라는 전설 속의 국악기인 대금을 선물로 건넸다.

만파식적 대금은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67)의 땀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수개월간 잠도 못 이루며 정성껏 전설 속의 대금을 제작했다.

문 전승자는 "당시 이 대통령께서 정상 만찬 때, 만파식적에 대해 정확하고 명확하게 설명해 주셨다"며 "국악인들조차 잘 모르는 내용인데, 사실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설명한 만파식적은 무엇이고, 만파식적과 APEC의 관계성, 또 문 전승자는 왜 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감동했을까.

뉴스1은 지난 주말인 24일 경주에 위치한 문 전승자 사무실에서 만파식적을 둘러싼 APEC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 대금./2026.1.27 ⓒNews1 /뉴스1 손도언 기자

13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화에 따르면 만파식적 탄생은 신라 신문왕 시절(681년) 때다. 당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고, 민심은 어수선했다. 이때 신비스러운 '피리'가 등장한다. 피리는 현재 국악기의 향피리 종류가 아닌 '악기를 분다'는 의미다.

신라는 '샤머니즘(shamanism) 정치'로 어려운 국난을 극복했다.

그때였다. 경주시 감포에 위치한 수중릉인 문무대왕릉 옆에서 '자라 모양의 섬'이 떠다녔다. 작은 섬에서 대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문 전승자는 "당시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어서 부니 전염병이 올 때는 병이 없어지고, 홍수가 나면 비가 개고, 가뭄 때는 비가 왔고, 적군이 몰려오면 적군은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금을 일 '만' 물결 '파' 쉴·잠재울 '식' 피리 '적으로 불렀는데 '수만개의 파도가 밀려오면 피리로 잠재웠다'는 뜻"이라며 "이 대통령께서 경주 APEC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건넨 선물은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처럼 아태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강조한 상징적 의미"라고 해석했다.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가 뉴스1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2026.1.27 ⓒNews1 /뉴스1 손도언 기자

그는 23년째 사단법인 신라 만파식적 보존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문 전 승자는 20여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수집한 전통악기 '300여 점(30개국·150여종)'을 경주 세계 피리 축제를 통해 전시하고 있다. 전국 전통악기 최다 보유다.

그러나 300여 점의 세계 전통악기는 경주의 한 사무실에서 썩어가고 있다. 보관할 장소가 없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경주시가 전통악기 박물관 등을 계획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없던 일로 됐다.

그는 "경주는 신라 '삼현(거문고·가야금·향비파) 삼죽(대금·중금·소금)'의 고장"이라며 "전라도에 소리가 있고, 경상도에 무용이 있다면 신라(경주)에는 가무악이 발달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전통악기가 한자리에서 전시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승자는 1977년 민속촌에서 대나무 종류의 악기를 제작했다. 그는 악기장인 신병문 스승에게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제 기술'을 익혔다.

그는 민속촌에서 고(故) 대금 명인 김동진 선생(1936~1989)을 만나면서 국내 유일 '대금 명인'과 '대금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

문동옥 대금 국가기능전승자가 신라의 국보 만파식적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2026.1.27 ⓒNews1 /뉴스1 손도언 기자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