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섭 충북대 총장 사퇴…교통대와 통합 결렬 책임(종합)

구성원에 문자메시지 보내 '총장직 사직' 뜻 밝혀
교통대 "충북대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단 기다려"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자료사진)/뉴스1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구성원의 반대로 한국교통대학교와의 통합 작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책임론이 커졌던 충북대학교 고창섭 총장이 사퇴하기로 했다.

11일 충북대학교 등에 따르면 고창섭 총장은 이날 오후 학교 구성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 총장은 문자메시지에서 "지난 3~4일에 있었던 구성원 투표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총장직을 사직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성원 각자는 흔들림 없이 각자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며 "상세한 말씀은 월요일에 서한으로 대신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2023년부터 통합을 추진해 온 충북대와 교통대는 지난 3~4일 글로컬대학 30(대학통합) 계속 추진 등을 묻는 구성원(학생, 교원, 직원·조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서 교통대는 3주체 모두 과반 찬성을 얻어 최종 통합 신청 요건을 충족했으나 충북대는 3주체 모두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투표 결과를 두고 교수회 등 내부에서는 구성원과 소통 없이 통합을 주도한 고창섭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충북대 교수회는 이날 성명을 내 "우리 대학이 직면한 심각한 혼란과 위기를 외면할 수 없기에 고창섭 총장의 즉각적인 결단을 요구한다"며 고창섭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교수회는 "총장의 자진 사퇴는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대학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안정적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충북대 학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 "글로컬대학 30 사업 취소는 물론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참여도 짙은 암운이 드리우며 충북대가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도의 위기에 처한 충북대가 다시 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는 것밖에 없다"며 고창섭 총장을 압박했다.

고창섭 총장의 사직과 관련해 교통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충북대 새 집행부가 구성될 경우 협상 재개까지 시간이 소요돼 통합 일정이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교통대는 "글로컬대학위원회와 약속한 올해 말까지 통합 승인이 불발될 경우 사업 취소와 함께 행·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통합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통합을 이어갈 것"이라며 "충북대의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기다린다"고 했다.

고창섭 총장이 공식적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나면 직제상 교무처장인 박유식 교수(경영학부)가 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sedam_081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