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명암타워 '133억 규모 리모델링' 값어치 할까?
청주시 리모델링 본격 착수…"이제는 전시행정 벗어나야"
- 이재규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한때 충북 청주의 랜드마크였던 명암타워가 '도심 흉물'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 시민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주시가 133억 원 규모의 명암타워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과거와 같은 전시성 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암타워는 1994년 청주시가 명암유원지 개발사업의 하나로 건립한 도심 전망시설이다. 초창기에는 명암저수지와 연계한 대표적 나들이 명소로 각광받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설 노후와 콘텐츠 부재, 입점 상업시설의 폐점이 이어지며 급격히 쇠퇴했다.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등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 고장과 조명 불량 등 기본적인 관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유령 구조물'처럼 방치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낮에도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한동안 민간에 위탁 운영됐던 명암타워는 2023년 6월 계약 만료 이후 청주시가 기부채납 방식으로 소유권을 회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에 따라 공공성을 강조한 활용 방안 마련과 예산 투입이 이전보다 쉬워졌다.
시는 이번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단순히 외관을 정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민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명암타워 리모델링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논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청주시의회는 리모델링 실시설계비와 설계 공모비 등 약 6억 6000만 원의 예산을 세 차례에 걸쳐 전액 삭감하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시설 노후화와 내부 훼손이 심각해 단순 리모델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125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할 바에야 철거 후 신축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임정수 의원은 지난 4월 임시회에서 "리모델링은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며 "신축에 385억 원이 소요되더라도 구조적 한계와 장기적 활용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신축이 더 합리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청주시는 "공공건축물은 신축보다는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리모델링의 필요성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정밀안전진단에서 명암타워가 '안전등급 B'를 받은 점과 시민 여론조사에서 리모델링 찬성 의견이 철거 의견보다 약 20%포인트 높게 나타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청주시는 지난 18일 '명암관망탑 리모델링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돌입했다.
오는 10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착수해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에는 13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설계비로는 약 5억 9000만 원을 책정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명암타워는 청년 창업 공간, 팝업스토어, 소규모 공연장 등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부지면적 8138㎡, 건축 전체면적 7625㎡, 지하 2층~지상 13층 규모다. 지하 2층에는 스포츠 관람과 공연, 전시가 가능한 복합문화시설을, 지하 1층에는 기존 수변 데크길과 연결된 친수공간을 조성한다.
여기에 더해 청년 창업 부스와 지역 소상공인 판로 지원 공간, 지역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다목적 홀 등도 마련한다.
명암타워 리모델링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부터 시민 의견이 반영된 실질적인 공간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근에 사는 박모 씨는 "어릴 적 명암타워에서의 추억은 좋았지만 지금은 방치된 흉물로만 남아 있다"며 "진정으로 시민들이 다시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리모델링은 단순히 보기 좋은 공간이 아닌 실제로 시민이 찾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jaguar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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