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동 대지조성' 재차 불허한 청주시…땅까지 강제 취득?

토지주 "사업가 망하게 하려는 심산" 간접강제 신청
청주시 "보존·생태적 가치 있어 재처분 불허 사유 달리해"

개발 사업자가 청주시의 대지조성 사업계획 불허에 등산로로 사용하는 사유지를 폐쇄했다./뉴스1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가 공익성을 내세워 개발 사업자의 사익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사업 승인 신청을 재차 불허한 데 이어 이제는 땅까지 강제로 취득하려 하고 있어서다.

청주시는 지난 3일 A 업체 소유의 상당구 명암동 상당산성 임야(4만 9148㎡) 중 대지·도로(2만 934㎡) 부분에 대한 대지조성 사업계획을 또다시 불허했다.

앞서 부동산 개발 사업가로 구성한 A 업체는 단독주택 20동을 건립하려 2022년 8월 '명암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묶인 해당 용지를 매입했다. 청주시의 명암유원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자동 해제로 2020년 8월 지정한 지구단위계획상 단독주택 또는 4층 이하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주시는 2024년 3월 14일 자연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승인을 불허 처분했다.

사업계획 승인 신청(2023년 5월) 전 청주시가 2022년 12월 사전 심사청구에서 조건부 가결한 사항으로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A 업체는 이를 믿고 추진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청주시는 지구단위계획상 대지조성은 문제가 없으나 등산로 주변에 주택 단지가 들어서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3만㎡ 미만은 필수 절차도 아닌 경관위원회를 열어 불허 명분을 만들어냈다.

경관위원회는 2024년 3월 6월(3차) '지역정서와 맞지 않으면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유보' 의견을 내놨고, 청주시는 일주일 후 이를 통해 사업계획을 불허하자 A 업체는 청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단독주택 개발사업자가 매입한 명암동 토지(B6). 변경 전 지구단위계획상 용적 률 100%, 건폐율 20%, 최고높이 14m(4층) 이하 단독주택, 4층 이하 공동주택, 노유자시설, 제2종근린생활시설 중 공연장, 일반음식점을 허용하고 있다./뉴스1

법원은 지난 1월 16일 경관심의위의 당시 의견은 경관위원회 운영 목적에 맞지 않고, 공익에 비해 사익에 심대한 손해를 끼치는 재량권 일탈·남용은 물론 비례원칙도 위반했다며 불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 4월 이를 취하했다. 확정판결이 이뤄져 A 업체의 재처분 사유가 발생했지만, 시는 부서 협의를 거쳐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이번에도 불허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명암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변경, 해당 일대를 경관녹지 구역으로 바꿔 버렸다. 건축물을 제한하는 경관녹지로 변경했으니 불허는 당연하다는 의미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전 이뤄진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소급 적용까지 한 것이다.

이어 A 업체의 용지는 물론 이 일원에 경관녹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현재 설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A 업체는 청주시에 땅까지 강제로 빼앗길 수도 있다. 청주시가 용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협의 매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수용할 수 있어서다.

A 업체는 토지 매입비와 금융비용, 용역비, 사업 중단에 따른 적정 이윤 등을 합쳐 53억 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청주시는 45억 원 정도를 적정선으로 제시해 협의 매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끝까지 가격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주시는 공익사업에 따른 수용 재결 절차로 소유권 강제 이전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A 업체 관계자는 "청주시가 단독주택 건립이 가능하다고 한 용지를 매입했더니 사업을 막고, 이것도 모자라 땅까지 빼앗으려 한다"라며 "지역 개발 사업자를 망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뭐냐"라고 분개했다.

A 업체는 법원에 청주시의 불허 처분에 간접강제 신청을 했다. 간접강제는 행정청이 확정 판결 취지에 따른 재처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이행할 때까지 배상금을 물릴 수 있는 행정소송이다.

청주시는 A 업체의 용지 맞은편에 있는 명암동 임야에 대해서는 같은 상황인데도 대지조성 사업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지조성이 가능했으나 입지적으로 보존 가치와 생태적 가치가 있어 재처분 불허 사유를 달리했다"라며 "업체의 간접강제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