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자명 선생 서훈 격상에 뒷짐 진 충주… "망언까지 돌아"
국가보훈처 서훈 격상 검토…고향에는 기념관도 없어
기념사업회 "충주가 주도해야"…중국 교류 확대 기대
- 윤원진 기자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시가 류자명 선생 선양사업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15일 류자명선생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류자명 선생 서훈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1991년 류자명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건국훈장은 모두 5개 등급이 있는데, 애국장은 4등급이다.
그동안 선생이 독립운동에 기여한 부분에서 훈격이 너무 낮지 않냐는 의견이 여러 역사학자로부터 나왔다.
이런 이유로 기념사업회는 2019년부터 류자명 선생의 서훈 격상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충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 이런 염원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게 기념사업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실제 충주시는 2006년 유족에게 기념관 설립을 약속했는데, 시장이 바뀌며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 기증받은 육필 원고 등은 충주박물관 수장고에 무려 16년간 보관돼 있다가 지난해에야 일부 유품을 충주박물관에 전시했을 뿐이다.
그동안 충주3·1운동기념사업회와 예성문화연구회, 충북환경운동연대 등 민간 단체가 세미나, 홍보 활동 등으로 류자명 선생을 기려왔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류자명 선생은 의열단의 투쟁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 거사를 계획한 비밀참모장이었다.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인 그는 1923년 신채호 선생과 함께 조선혁명선언을 작성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 사회주의자로 분류돼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1985년 중국 후난성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한국인으로서 후난농업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류자명 선생 서훈 격상은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그의 고향 충주에서 주도해야 하는 게 맞다"며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했으니, 중국에서 업적을 기려야 한다는 망언까지 도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자명 선생은 중국에서 10대 농학자로 꼽히기도 한다"며 "충주시가 류자명 선생 선양사업을 추진하면 후난농업대학이 있는 중국 후난성 창사시와의 교류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기념관 유지·관리가 어려워 기념관 설립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며 "류자명 선생이 독립운동에 공이 있는 건 분명한 만큼, 유족과 사업회 관계자를 만나 대안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시는 후난농업대학에 류자명 선생 전시실을 만들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의 고향 충주에는 기념관조차 없는 상태다.
류자명 선생은 1919년 충주서 3·1운동을 준비하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한 뒤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고향에는 돌아오지 못했다. 유해는 고국을 떠난 지 83년 만인 2002년 봉환돼 대전국립현충원에 모셔졌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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