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속죄한다더니…"청주 여중생 사건 피고인 끝까지 책임전가"
여중생 유족에 보낸 답변서에 피고인 "경찰·사법부 등도 책임"
유족 측, 후안무치 분개…"형량 낮추려 앞에서만 반성하는 척"
-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 죽어서도 속죄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명복을 빌겠다."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한 최후 진술이다. 1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한 피고인은 돌연 공소사실을 인정, 항소심 들어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피고인은 제대로 된 반성은커녕 되레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피고인 A씨(57)가 항소심 선고 날인 9일 우편으로 피해 여중생 유족에게 보낸 답변서에 이런 정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민사소송을 병행 중인 피해 여중생 유족은 지난 3월쯤 소장을 통해 A씨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는 취지로 답변서를 요구했다.
항소심 선고 날에 이르러서야 유족에게 도착한 피고인의 답변서는 그야말로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17쪽으로 돼 있는 답변서 중 일부 내용을 보면 A씨는 두 여중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으로 경찰 측 부실수사를 지목했다.
그는 답변서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보면 저는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기에 구속 수사를 했어야만 했다"며 "저를 일찍이 구속시켰다면 딸아이와 ◯◯양(의붓딸 친구) 역시 정신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즉 심리상태가 안정적이고 부담감 없는 생활을 했을 거라 생각된다"고 했다.
또 "제가 아이들 눈앞에 없으므로 (아이들이) 그 나이 또래의 정신세계로 돌아가서 자유를 만끽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경찰뿐만 아니라 사법기관, 지자체에도 책임을 돌렸다.
그는 "경찰의 부실수사, 사법기관의 구속영장 반려, 딸아이의 고민 상담을 받아 준 의사 역시 신고만 하고 기다렸을 뿐 그 후의 대책은 세워 놓지 못했다"면서 "청주 공무원 역시 힘과 권력이 없었기에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고 ◯◯양(의붓딸 친구)도 딸아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처지에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아이들 사망 후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챈 경찰 및 사법기관에서 저를 구속시켰으며 모든 면피는 저한테 쏠렸다"며 "저는 아이들을 사망케 한 파렴치한 놈이 됐다. 모든 비난과 비판은 저에게 있지만, 그 비난과 비판을 경찰과 사법기관이 먼저 받았어야만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태로 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 역시 저한테 있고 모든 면피 역시 저한테 있는 것"이라면서도 "경찰 및 사법부 역시 자신들의 사회적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밝혀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혐의점이 있었던 저를 구속시켰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사전에 방지를 했더라면 아이들의 선택만큼은 지켜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답변서를 받은 피해 여중생 유족 측은 피고인이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유족 측은 이날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피고인이 보내온 답변서를 보면 책임을 떠넘기는 말로 가득하다”면서 “앞으로는 형량을 낮추려 반성을 한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책임 회피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유진 부장판사)는 이날 강간 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가 의붓딸을 상대로 한 범죄 혐의를 친족관계에 의한 유사 성행위와 강제추행이 아닌 강간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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