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을 vs 선처를" 청주 성폭행 여중생 사건 탄원서·반성문 전쟁

항소심 이후 탄원서 100건 이상 접수…'법정 최고형 선고' 촉구
피고인 반성문 34건 제출…피해자 A양 유족 "형량 낮추기" 의도

충북여성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창 여중생 성폭력 가해자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두 여중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피고인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와 반성문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뉴스1 4월 26·27일 보도 참조).

여성·시민단체는 탄원서를 통해 재판부에 피의자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 여중생 A양 유족 역시 의견서를 내 철저한 범죄 입증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 잇따라 반성문을 제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1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강간)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이 항소한 직후 재판부가 접수한 탄원은 100건이 넘는다. 항소심 사건 접수 불과 3개월 만이다.

탄원서는 주로 단체 단위로 작성·제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상당수를 차지하는 엄벌탄원서엔 각각 적게는 50여명에서, 많게는 18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의 서명했다.

탄원인 측은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한 탄원인은 "어린 두 소녀의 죽음이 가해자의 죄보다 가볍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피고이자 성범죄 가해자에게 최고의 형벌을 내려 달라"고 청했다.

(사)청주여성의 전화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두 여중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운 추악하고 악랄한 성범죄"라며 "두 피해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향후 성폭력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아동·청소년이 발생하는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탄원했다.

엄벌탄원서 접수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A양 유족 측으로 들어온 탄원서를 조만간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탄원 참여 인원은 1만명 안팎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피고인도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접수된 반성문만 34건이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피고인이 돌연 입장을 바꿔 반성문을 제출한 시점은 공소사실을 인정한 시기와 맞닿는다.

피고인은 지난 3월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1심 재판부가 무죄로 인정한 공소사실을 제외한 기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했다.

당시 피고인은 "최초 수사기관 조사부터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고, 피고인 본인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이유서까지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전제한 뒤 "피고인이 본 항소심의 변호인과 수차례 접견을 한 이후 고민 끝에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고 모두 인정하기로 입장을 변경했다"고 했다.

충북 청주 오창 여중생 성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지난해 12월 10일 청주지법에서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날 재판부는 두 여중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A양 유족 측은 피고가 공소사실을 인정한 뒤 반성문을 낸 건 형량을 낮추려는 불순한 의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유족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피고인이 돌연 입장을 바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건 공판 과정에서 더욱 불리한 사정에 놓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진정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해 하는 일은 결코 아니다"고 평했다.

생전 A양은 지난해 1월17일 친한 친구의 계부에게 성폭행당했다. 친구로부터 홀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집으로 찾아갔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양 부모가 피의자를 고소했으나 구속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수사는 진척이 더뎠다.

견디다 못한 A양은 결국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같은 해 5월12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 친구와 함께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후 피의자는 강간 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의자가 판결에 불복, 항소하면서 재판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항소심 결심 공판은 5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A양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5월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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