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소송까지 간 1억원 보수공사…빌라 관리비는 '깜깜이'

법원 '견적서 보여줘라'…충주 집합건물 입주민 열람등사 결정
국회서 집합건물법 개정 발의…서동학 도의원도 조례 제정 추진

23일 충북 충주서 집합건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집합건물법 개정 온라인 공청회’ 포스터.(뉴스1 DB)2021.6.23/ⓒ 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법원이 집합건물 보수공사 업체 견적서를 보여 달라는 입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23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심문기일에서 A빌라 입주민 B씨가 낸 집합건물 보수공사 업체 견적서 열람·등사 신청을 인용했다.

B씨는 빌라 입주자 대표 등에게 업체 견적서를 보여달라고 했다가 거절 당한 뒤 법원에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법원 심문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 등은 변호사를 고용해 B씨에게 업체 견적서 등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번 논란은 A빌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 12월 1억원 규모의 빌라 보수공사를 한다고 입주자들에게 알리며 시작했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서 총회를 열어 보수공사에 대해 알리고 나중에서야 서면 동의를 받았다.

그러자 B씨는 입주자 대표 등에게 2020년 결산서, 업체 견적서, 시방서, 의사록, 안건자료 등을 요청했는데 거부 당했다. B씨가 다른 업체 2곳에 보수공사 견적을 의뢰했는데, 입주자대표회의 금액과 최대 40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입주자 대표 등은 6개 업체 견적을 받아 업체를 선정했고, 주민 동의도 받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법원이 B씨가 신청한 열람·등사를 결정하며 과연 입주자대표회의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보수공사 업체를 선정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씨는 구분소유권자이지만 입주자면 당연히 볼 수 있는 서류를 무려 7개월이란 시간을 들여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문제는 집합건물 분쟁 개입에 대한 규정이 없어 발생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은 공무원이 조사나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집합건물은 자치단체가 지도·감독할 권한이 없다.

이런 이유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집합건물 관리인의 회계장부 작성 및 열람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집합건물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미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구분소유자와의 민원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경기도도 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다.

충주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충북도 차원의 조례 제정이 먼저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서동학 충북도의회 의원은 집합건물 표준관리규약 등을 담은 집합건물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서 조례가 제정되고 국회서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집합건물 '깜깜이 관리비' 등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씨는 "입주민의 당연한 권리를 찾는 과정이 이렇게 어려운 지 몰랐다"며 "시급히 조례 제정이 이뤄져 관리비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충북 충주의 한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 간 공사업체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공동주택 공사 현장.(독자 제공)2021.2.11/ⓒ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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