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칼럼]한범덕이 불통이라고?
소통 중시하는 인문학 정치인…불통 오명 지나쳐
- 이광형 기자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한범덕 청주시장이 ‘불통’의 덫에 걸려있다. 최근 청주시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충돌하며 불통 논란을 빚고 있는데 팩트를 확인해 보자. 한 시장은 취임 후 도시공원 일몰제를 비롯해 청주 TP 조성, KTX 오송역사 개명, 시내버스 준공영제, 신청사 건립 등 주요 현안 추진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 현안은 전임 시장 때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한 시장 취임 후 소통과 공론의 장에 올랐다. 이중 이해당사자 간 가장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이 ‘도시공원 일몰제’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사유지로서 지자체가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20년 동안 매입하지 않은 공원으로 그대로 두면 지정이 자동 해제’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에 해당하는 청주지역 공원은 모두 68곳이며 2020년 6월 말 해제 돼 개발이 가능한 크고 작은 공원은 38곳이다. 청주시는 이들 공원 중 5만㎡이하 30곳은 최대한 매입하고 5만㎡이상의 공원 8곳은 민간개발 방식으로 공원을 보존할 계획이다.
민간개발 방식은 사업자가 공원 용지를 모두 매입해 전체 부지 중 70%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30%는 아파트나 상가 등으로 개발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청주시는 현재로선 이 개발 방식이 최선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 토지주의 재산권 행사를 억제할 수 없어 난개발이 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원개발로 인한 환경 악화와 아파트 과잉공급에 따른 시민피해 등을 들어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도심 공원 중 규모가 가장 큰 구룡공원(128만9369㎡)을 존치시키도록 시가 토지를 매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해당 토지주들과 또 다른 단체는 민간개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반기고 있다.
문제는 돈(예산)인데 시는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른 해당 공원의 매입비에만 1조7806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시 전체 예산이 2조7951억 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청주시는 이런 문제에 대비 그동안 5개월이 넘게 민관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토론과 협의를 거쳤다. 이를 통해 일몰제 시행 전 민간개발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니 한발 물러서 시 재정을 투입해 개발과 매입을 병행하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합의를 거부해 난망하다. 합의 도출은커녕 대응 전략 부재로 마치 청주시가 공원 훼손의 주범인 듯 ‘가짜여론’까지 확산했다. 이를 심각히 여긴 시는 뒤늦게 ‘공원을 지켜내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목표는 보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홍보를 진작 했다면 일부 비현실적 억지 논리에 상당 부분 힘이 빠졌을 것이란 아쉬움과 함께 영혼 없는 공무원의 한계를 실감케 한다. 결국 청주시는 모든 현안을 원점에서 다시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시작부터 대립하는 것을 보면 희망적이지 못하다.
일각에선 이번 문제가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내년 선거가 끝나야 합의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공원개발에까지 ‘말썽꾸러기 정치’가 개입됐는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내년 7월1일까지 결정을 못하면 해당 공원들은 토지주에 의해 개발이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난개발은 물론이고 70%의 공원 부지도 보존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난장판만을 목격해 온 시민이 떠안게 된다. 벌써 매봉공원 등 일부 공원 토지주는 사유지임을 들어 공원 진입을 막기 위해 담장을 설치하거나 자체 개발을 위해 시에 공원해제를 요청해 도시계획 공람에 들어간 상태다.
도심 공원을 보존하겠다는 데 반대할 시민은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 해 온 ‘토지주’ 말고는 없을 것이다. 공원 보존이 최대, 최선이란 목표도 시와 시민단체 또한 일치한다.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개발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법과 현실, ‘네 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데’라고 호소하는 토지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무시하면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없다. 되레 법적 권한 행사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세력의 일방적 요구는 타협의 조건인 ‘양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 아쉬운 건 분쟁 해결에 앞장서야 할 시의회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다.
헌법상 권한을 가진 대의기관으로서 의원 1인당 360만원 정도의 월정수당 등을 받아 가는 데 존재감은 커녕 갈등에 휘말릴 게 두려워서인지 '두더지'처럼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시민이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법적 권한도 없는 대책위가 시 의회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했고, 시민 바람을 충실히 대변했다는 평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행도 폭염 속 불쾌지수를 높게 한다. 얼마 전 구룡공원지키기 촛불집회장을 찾은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공원 보존 사례를 들며 청주시와 해법을 공유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어떻게 수도 서울시 예산(35조7416억원)과 재정자립도(80,6%)를 청주시 예산(2조3360억원)과 재정자립도(31.9%)와 비교할 수 있나.
현재로선 도시공원일몰제 문제는 시간(2020년7월)을 감안할 때 최선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 법과 현실을 고려한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론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선거에 의해 시정의 권한을 위임받는 한범덕 시장이 최종 결정해야 한다. 그 책임도 져야 한다.
아마도 한 시장은 공사직 40여 년을 통틀어 요즘처럼 특정 단체에 공격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통이란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한 시장은 인격을 갖춘 모든 사람과의 격의 없는 만남을 즐기며 소통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인문학 정치인’이다.
때로는 지나친 소통와 협치를 중시해 업무추진이 늦다며 '능력'을 비판받기도 한다. 따라서 그에게 씌워진 불통과 오만, 독선의 정치인이란 오명은 '지나친 작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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