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옮겨야 할 것

장도민 전국취재본부장
장도민 전국취재본부장

(서울=뉴스1) 장도민 전국취재본부장 = 요즘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유치'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발표를 앞두고 지방정부마다 원하는 기관의 이름을 적어 서울로 올라온다.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장관을 찾아가 건의서를 건넨다. 건물과 부지가 준비됐다는 곳도 있다. 전국에서 비슷한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절박함은 이해할 만하다. 공공기관 하나가 내려오면 직원과 가족이 옮겨오고 지역 인재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음식점과 상점이 늘고 세수도 불어난다. 적어도 지방정부가 그리는 청사진은 그렇다.

1차 이전은 실제로 황량했던 곳에 도시를 세웠다. 혁신도시 전입 인구는 2025년까지 23만 명을 넘어섰고 이전 기관 직원도 약 4만 8000명 늘었다. 수도권 밖에서도 번듯한 공공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분명 실패라고 폄훼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도시를 세운 것과 지역을 살린 것은 달랐다. 이전 기관 직원의 가족동반·1인가구 이주율은 71%로 목표치인 75%에 미치지 못했고 산학연 클러스터의 입주율은 56.6%에 그쳤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모여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구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인구가 늘어난 곳도 자세히 살펴보면 씁쓸한 면을 볼 수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 혁신도시의 유입 인구는 수도권보다 인근 지역에서 옮겨온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의 사람과 기능을 분산하기보다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인 셈이다. 경북과 전북혁신도시 등 일부 지역은 기관 이전이 끝난 뒤 인구 순유출로 돌아섰다.

직장을 지방에 두고 가족은 수도권에 남는 선택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배우자의 일자리와 자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따라오지 못한 점을 공통적인 이유로 꼽는다. 평일에는 불이 켜지고 주말이면 사람이 빠져나가는 '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정주 대책은 이전이 끝난 뒤 보완할 일이 아닌 반드시 초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논의해야하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도 2차 이전을 둘러싼 논의는 정주대책보다 다시 '어느 지역에 몇 개를 줄 것인가'에 쏠린 분위기다. 지방정부는 저마다 과거에 소외됐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기관을 한두 개씩 나눠 갖는다고 완전한 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지역 간 형평성은 중요하지만 정치적 안배를 앞세워 기능이 다른 기관을 흩어놓으면 1차 이전의 한계를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가 이번에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과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모으는 '집적과 집중'을 원칙으로 검토하는 것은 그래서 옳은 방향이다. 금융은 금융대로, 에너지와 농생명은 관련 기업·대학·연구기관과 함께 묶어야 한다. 그렇게 모인 기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되도록 해야한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의 삶까지 지역에 담아야 비로소 '완성'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공공기관은 지역에 내려보내는 택배 상자가 아니다. 2차 이전이 옮겨야 할 것은 기관의 명패가 아닌, 그곳에서 일하고 배우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삶을 옮길 수 있어야 기관도 지역에 녹아든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