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공공예식장 절반은 예약 '0건'…"재정비 필요"
65곳 확대 추진했지만 이용률 저조…특정 장소 쏠림↑
민원도 계속…피로연 공간, 주차 등 개선 지적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가 '청년이 결혼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며 공공예식장(더 아름다운 결혼식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시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민원은 꾸준히 발생하며 '숫자 늘리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 요청한 '공공예식장 이용 및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30일 기준 서울시가 지정한 공공예식장은 총 61개소로, 지난해 25곳에서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지난 2023년부터 예식 연도가 2026년도로 예정된 현재까지의 총 누적 예약 건수(713건) 가운데 실제 예식이 진행되거나 예약된 시설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24년 이후 신규 지정된 예식장 중 절반 이상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루프탑), 세종문화회관 예인마당, 마곡광장 썬큰마당, 서울물재생시설공단 마루공원 등은 2025년 9월까지 이용 실적이 전무했다.
반면 △북서울꿈의숲(180건) △서울시립대 자작마루(128건) △서울한방진흥센터(69건) 등은 예약이 집중됐다. 이들 시설은 주차, 피로연, 접근성 등 기본 편의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시민 민원도 지속됐다. 서울시에 접수된 공공예식장 관련 민원은 2023년 7건, 2024년 20건, 2025년 13건으로 3년간 40건 가까이 발생했다. 주된 내용은 △피로연 공간 부재 △주차 불편 △공개된 장소로 인한 사생활 노출 등으로, '예비부부가 실제 결혼식을 올리기엔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 6월 남산 카페·공연장·한강 루프탑 등 40곳을 추가로 공공예식장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아름다운 결혼식 확대 지원계획'에 따라 내년까지 37억 원을 투입해 공공예식장을 총 65곳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검증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예약이 '0건'인 예식장이 30곳 이상인 상황에서 신규 지정을 계속 늘리는 것은 행정 낭비라는 비판이다.
박정현 의원은 "청년들의 결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간 적합성과 이용 편의가 담보되지 않으면 보여주기 행정에 그칠 우려가 크다"며 "운영 효율성과 만족도를 기준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이 저조한 예식장을 대상으로) 내년도 예산에 장소별로 첫 예식을 지원하는 사업을 신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