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보호" vs "문화재 보존"…초안산 분묘군 두고 '시끌'

도봉구, 지정구역 일부 해제 검토…주민 재산권 침해 최소
노원구, 장기 종합정비계획 추진…산책로·경관 개선 집중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초안산은 동네에 친근한 뒷산이었죠.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던 아름다운 산이었는데, 어느 날 무덤으로 변했어요. 공동묘지에 온 느낌이에요."(서울 도봉구 창1동 주민 김모 씨)

서울시 북부에 자리한 초안산에는 조선시대 내시와 상궁 등 다양한 계층의 무덤 1000여 기가 모여 있는 분묘군이 있다. 분묘군은 도봉구와 노원구 관할 구역에 걸쳐 있는데, 행정구역이 다르고 주민 구성과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지정구역 조정을 두고 두 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12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이달부터 '서울 초안산 분묘군 지정구역 조정 타당성 검토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정 과정과 범위를 재검토해 문화재 가치가 낮거나 소멸된 구역을 부분 해제해 주민 재산권 침해를 줄이려는 목적이다.

초안산 분묘군 지정구역은 도봉구 31만 9530㎡, 노원구 20만 8789㎡ 등 총 52만 8292㎡에 달한다. 분묘군은 노원구 월계동 산8-3번지와 도봉구 창동 산202-1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규모 사적이다.

도봉구는 이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 개발을 통해 서울 동북부 베드타운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구역이 넓게 설정돼 주민들의 재산권 관련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며 "용역을 통해 타당성 자료를 마련해 국가유산청 심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돼 건축 높이와 앙각(仰角)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라 이 구역 내 건물은 최대 3층(11~15m)까지만 건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초안산 분묘군 인근 빌라·아파트 재건축 등 개발 제한이 발생해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숙 서울시의회 의원(도봉1)은 "주민들이 30년 넘게 살던 집이 문화재로 묶였다"며 "복원된 무덤이 주민 선조 묘라면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규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원구는 도봉구와 달리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중점을 둔 '서울 초안산 분묘군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 예산을 확보해 2026년 2월까지 장기 정비 계획을 마련하며 기존 연구 검토, 유적 및 주변 현황 조사, 복원·보수, 산책로·데크 설치 등 주민 친화적 경관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사유지 보상이 완료돼 재산권 분쟁이 없다"며 "주민들이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산책로와 데크 설치, 묘역 정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도봉구가 제출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지방문화유산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을 받을 예정이다.

국가유산청 측은 "도봉구는 지정구역 조정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긴밀히 협의하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